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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너 때문이 아니다. 쥐뿔도 없는 내가 끙끙 앓고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다. 약도 없이 돈도 없이 헐떡이는 것도 다 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참견하지 마라. 그러니 상관하지 마라. 시답잖은 방 안에서 시답잖게 죽어가도 너는 그냥 떠나가라. 괜히 돌아보지 마라. 너 때문이 아니다.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idfQqnzZ2/?utm_source=ig_web_copy_link

언덕 너머

너랑 나랑은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노을이 저무는 황홀한 언덕 너머로 가자. 나는 더 이상 흰색이 보기 싫어 검은색도 보기 싫어 너랑 둘이서 빛 잘 드는 언덕 너머로 가자. 너는 더 이상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 웃음소리도 듣기 싫어 나랑 손잡고 노랫소리 들리는 언덕 너머로 가자. 너랑 나랑은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세상은 버리고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from : https://www.instagram.com/p/B-LYK_rnTFI/?utm_source=ig_web_copy_link

여행

요즘 타임머신 2권의 출판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서 설레면서도 오묘하고 싱숭생숭하다가 초조하기도 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불안정해서 일부러 여유를 가지려고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을 더 신경 쓰다 보니 몸도 많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원인도 잘 모르겠는 걸 앓기만 했는데 요샌 정말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번 기회에 병원 가서 검사도 확실히 받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어떻게든 나아질 생각이다. 그 전에도 병원 여러 번 갔는데 참 잘 낫질 않았다. 아무튼, 몸도 좋아지고 책도 곧 나오고 좋을 일들이 많은데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해서 마음이 참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느린 여행기 시즌 1 이랄까 내 첫 배낭여행 분량이 끝이..

도마뱀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얼마 전 내 친구 도마뱀이 전화했다. 울먹이면서. 수년간 길러온 자신의 꼬리가 마음껏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매일 잘려나간다고. 그게 가여워 나는 새 우리로 가라고 너 거기서 괜히 피 흘리지 말고 다른 우리로 떠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더 이상 철창은 싫다고 어차피 떠나봐야 철창 안이라고 싫다고 울다가 전화를 끊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무엇을 오해했던 걸까.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유리 판때기로 둘러싸인 철제 우리만이 높을 뿐이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Qfaq-H3tF/?utm_source=ig_web_copy_link

[사용 후기] 뉴본 유리 빨대

오늘은 유리 빨대 사용 후기. 저번에 개봉기를 썼는데 그게 벌써 한 달 전 이야기다. 세월이 빠르다. 그리고 개봉기를 썼을 때 직접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후기를 올리겠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말투가 좀 거만한 느낌도 있네. 사실 내가 좀 고지식한 편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 생각하면 어느 정도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 많진 않지만 이렇게 직접 써봤다. 코로나 시국이라 많이 안 나간 탓도 있고 작업을 해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커피를 많이 안 마신 탓도 있다. 한 달 가까이 썼는데 한 일곱번 정도 사용했네. 어쩌면 나 건강한 걸지도? 가끔 까먹고 놓고 간 적도 있긴 한데 최대한 갖고 다니려고 노력했다. 사용 후기를 간략히 쓰자면 생각보다 사용하기 좋았다. 꽤 튼튼했고 씹..

느린 미식가 : 라망 시크레 [L'Amant Secret]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위치한 라망 시크레. 아직까지도 싱글 다이닝이 익숙하지 않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입성하였다. 입구에 있던 꽃나무. 화장실 다녀오면서 뒷면을 찍었는데 그 화려함이 돋보였다. 앞면엔 거울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전반적인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진한 장미 빛깔을 띄어 화사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6시에 예약을 해서인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빨리 도착하였다. 원래 왼쪽 하단의 흰 종이가 빨간색 봉투에 들어있는 건데 성급한 내가 빨간 봉투를 열고 종이를 꺼내버렸다. 그리고 사진 찍기 전에 웨이터 분께서 빨간 봉투를 가져가 버리셨다... 블로그를 한다는 걸 까먹지 말자... 흰색 종이를 열어보면 이렇게 코스에 대한 안내가 써져 있다. 내 이름도 적혀있다... 그래 뭐..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정류장 여기는 지나쳐 가는 곳 우린 갈 곳 없는 광대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저기로 어디로 종착역으로 가자 우린 꿈을 잃은 꼬마 유령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린 갈 길 잃은 미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어디든 어디든 이 곳 아닌 곳으로 우린 모든 게 싫은 부랑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가자 꼬리 물고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from : https://www.instagram.com/p/COEaxkRHPJq/?utm_source=ig_web_copy_link

뜻밖의 즐거움이 있는 곳, 독일 -2 (뉘른베르크, 뮌헨)

드디어 내 첫 유럽 배낭여행의 마지막 장인 뮌헨에 도착했다. 느린 여행기 시즌 1의 마무리랄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그래도 정말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다시 봐도 재밌기도 하고 언젠가 또 다시 봐도 재밌겠지. 제법 공 들여 쓰기도 했으니까. 그래. 이제 뮌헨으로 떠나보자. 시작부터 사진의 화질이 살벌하다. 음식점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호스텔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밥을 먹으러 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의 이름은 슈바인학센. 독일식 족발이다. 겉 부분이 튀겨서 되게 바삭하고 소스 때문에 짭조름하다. 그리고 속은 정말로 잘 익은 족발 보다도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옆에 감자는 처음 본 적도 맛본 적도 없는 탱글탱글한 질감이었다. 정말 탱탱했다. 왼쪽 위에는 독일식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우트가 ..

휴식

나는 게으른 게 좋아. 여유로운 게 좋고 휴식이 좋아. 그럼에도 뭔가 하지 않으면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때도 뭔가 하고 있을 때가 많고 어느샌가 탈진해서 누워있을 때가 있지. 휴식 시간을 일부러 내서 쉴 때도 제대로 쉬는 것 같지 않아. 그리고 가끔은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하고 싶은 게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쉴 때 하던 것들이 하나 둘 줄어들었어. 그런데 뭐 다시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아도 제대로 쉰다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네. 그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잘 쉴 수 있는지 정말 잘 모르겠어. 그래도 잘 쉬는 건 정말 필요하다 생각해. 잘 쉬고 나면 컨디션도 좋고 영감도 잘 나오거든 효율도 더 좋은 것 같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