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여행

neulvo 2021. 5. 19. 22:15

요즘 타임머신 2권의 출판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서

설레면서도 오묘하고

싱숭생숭하다가 초조하기도 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불안정해서

일부러 여유를 가지려고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을 더 신경 쓰다 보니

몸도 많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원인도 잘 모르겠는 걸

앓기만 했는데

요샌 정말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번 기회에

병원 가서 검사도 확실히 받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어떻게든 나아질 생각이다.

그 전에도 병원 여러 번 갔는데

참 잘 낫질 않았다.

 

아무튼, 몸도 좋아지고

책도 곧 나오고

좋을 일들이 많은데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해서

마음이 참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느린 여행기 시즌 1 이랄까

내 첫 배낭여행 분량이 끝이 나서

여행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대에 가능한 한 많이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멀리.

가까운 나라보다

나중에 가기 어려운 먼 나라를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유럽을 몇 번 갔고

미국도 한 번 다녀왔다.

 

그렇지. 처음에는 많은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서 여행길에 올랐다.

 

두려움도 있었는데 처음이

군 입대 전에 간 거라

두려움은 문제가 안 됐다. ㅎㅎ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여행의 한계였다.

 

여행을 가면

색다른 경치

색다른 문화

색다른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건 좋다.

 

하지만 결국

나는 여행객이었다.

 

어딜 가든 나는

그곳 사람들의 삶을

카메라 너머로 구경할 뿐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체험들 많지.

 

하지만 그들과 교류하고

그들과 삶을 나누는 것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여행객인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았나

아니면

내가 방법을 몰랐던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도 어렵지만

당시의 나는

벽을 깨는 걸 많이 어려워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걸까?

 

하지만 여행을 다닐수록

그런 아쉬움은 계속 남았고

처음엔 새롭게 보였던 것들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여행도 좋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으로서

향유하고 있는 나의 삶.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나의 자리를 잘 가꾸는 게

나에게 더 도움이 되고

나에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고 선

여행에 대한 흥미가 더 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다 잘 해내진 못했다.

 

욕심도 많았는데

미뤄뒀던 책임들도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끝맺고자 생각했고

어떻게든 끝맺었다.

그리고 필요하다 생각했던 도전들도

어떻게든 해냈다.

 

하지만 다 잘 안 됐다.

 

그렇지. 사고의 흐름 자체는

나름 논리적이었고

나름 생산적이려고 했는데

 

그걸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했고

너무 혼자 다 해내려고 했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어려운 일을 더 어렵게 해냈다.

 

어쩌면 결국 다 잘 안 된 것도

운이 좀 없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을 너무 미뤄뒀었네;;

 

그래. 뭐든 어렵게 하는 게 내 재주다.

 

그런데 사실 아직도 내 자리를 가꾸는 중이다.

내 자리를 찾는 중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전과 달리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하진 않는다.

 

스스로를 믿으면서

조금 더 노력하면 되겠지.

 

아니다. 어쩌면

조금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면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데서 문제가 해결될 지도.

 

종종 느끼는 건데

고민하다 보면

고민하는 곳이 아닌

의외의 곳에서

해결책이 나오거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단순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고.

고민하는 게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민하고 대비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고민 자체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이라도 하는 게 낫고.

 

그래. 나는 요즘 작곡을 배우고 싶은데

학원도 잘 모르겠고

다 너무 비싼 거 같아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방법을 잘 모르겠다.

이건 인터넷 더 찾아봐야 하나?

 

일단, 2권 마무리 잘 된 다음에

시작할 생각이니까

시간을 가지고

좀 더 방법을 찾아봐야지.

 

말을 하다 보니 또 옆으로 많이 샜네.

오늘은 좀 과한 것도 같다.

그래도 괜찮은 것도...

 

아무튼, 내 자리를 가꾸고 있고

또 내 자리를 찾고 있다.

 

가꾸고 있는 건

내 주변 환경들이고

찾고 있는 건

내가 잘 기능할 수 있는 그리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금전적인 거 무시 못 하니까.

 

그래도 마음은 많이 가벼워졌다.

여유도 있고

감사할 줄도

즐길 줄도 아는 것 같다.

 

지금은 여행을 가도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많은 걸 바라지 않고

내가 여행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만큼을

잘 즐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이 바란다면

더 많이 노력할 수도 있겠지.

 

그러네. 결국 마음의 문제였다.

 

어쩌면 내가 내 자리를

가꾸려고 하면서

내가 알게 모르게

성장한 걸 수도 있겠다.

 

그래. 뭐가 됐든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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