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생각하기/늘보 철학 7

[늘보 철학] 7. 선택

최근에 디즈니플러스에서 what if 시즌 2를 개시하였다. 하루에 한편씩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선택과 분기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what if...?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다른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았을까?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별 생각 없이 잘 살다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다른 선택이 가능했던 걸까? 인생이란 게 여러 갈래로 뻗쳐나갈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른 가능성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살면서 우리는 매순간 여러 선택을 취한다. 그 선택이란 것은 강요받은 것일 수도 의지로 결정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은 순간이어도 그에 이르는 과정이 있다. 아무런 ..

[늘보 철학] 6. 존중

'사람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감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사람이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을 지녔기 때문에 자연이나 끌림의 명령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가 이성적 존재이자 자율적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율적으로 선택한다고 믿는다 하여도 그가 내리는 모든 선택이 자율적인 선택일 수는 없다. 그는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그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며 생존한다. 어떠한 영향을 얼마만큼 받았는지를 모두 재단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 선택이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인간이 스스로에게 법..

[늘보 철학] 5. 소유

행복에 이어서 소유에 대한 나의 생각, 아이디어를 얘기해볼까 한다. 저번에 행복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안분지족의 자세를 말하고자 했고 그 후, 댓글에 달았듯이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구문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로 말이다. 그렇다. 최근에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대상 또한 매 순간 변하여 그것을 가졌다고 얘기할 수 없다라고도 ..

[늘보 철학] 4. 행복

오늘은 행복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볼까 한다. 다들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일단 나는 그렇다.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다들 그런지는 모르겠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 각자 다를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두가 행복하길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그러는지 가끔 의문스럽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설명하고 있다. 2번의 설명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이겠지. 행복에 대해 한 문장으로 잘 설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 국어사전 3개의 한국어 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상세검색, 맞춤법, 보조사전 ko.di..

[늘보 철학] 3. 실체

사물 그 자체 또는 이데아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감각하고 있는 사물 안에 그 사물을 이루는 본질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이유는 사물들 사이에 공통된 성질이 있고 공통된 법칙 하에 사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들은 보통 가공된 것이다. 물질의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 편의에 따라 가공된 것이다. 때문에 달라 보이는 사물들 사이에 공통점이 관찰되는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사물들의 경우에도 그들이 공통된 성질을 지닌다고 그들을 같다고 말하거나 그들 사이에 본질적인 원형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우선, 그들이 원형을 가지고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같은 성질을 지닌다 하더라도 같다고 할 수 없으며 설령 원형이 존재한다고 한들 그들이 같은 원형을 가..

[늘보 철학] 2. 경험

먼저 원칙으로 내세운 '경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경험만이 전부다. 경험 외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형이상학 서설에서 칸트가 이미 얘기한 바이기는 하지만 (뉘앙스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내가 깨달음을 얻고 이에 대해 절감한 것은 다른 경로에서였다. 이미 수필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삼수하던 21살 때까지 내가 왜 살아있는지에 대해서 또 내게 주어진 운명이나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고민했던 문제였는데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아도 그 해결이 소원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게 그것에 대해 알 수 있는 어떠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내 삶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