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생각하기/늘보 철학

[늘보 철학] 5. 소유

neulvo 2022. 1. 6. 13:31

행복에 이어서 소유에 대한 나의 생각, 아이디어를 얘기해볼까 한다.

저번에 행복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안분지족의 자세를 말하고자 했고

그 후, 댓글에 달았듯이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구문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로 말이다.

그렇다.

최근에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대상 또한 매 순간 변하여

그것을 가졌다고 얘기할 수 없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시점을 뒤로 떨어뜨려 보는 것에 있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어느 시점에는 결국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느냐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가졌다고 하기보다는 머무른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

 

당장에 사과 한 조각을 가졌다고 생각하더라도

금방 먹어서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떨어뜨려 버릴 수도 있는 것이며

부지불식 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고양이가 훔쳐 달아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줄 수도 팔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순간에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정도라면 그냥 머무른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또 그게 낫지 않나?

 

나는 무언가를 가졌다고 생각해서 그것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무언가가 잠시 곁에 머무를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감사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합당하고 낫다고 생각한다.

 

가진 적이 없는 데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가질 수가 없는 데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 소유한 적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으니 집착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소유하는 것에 대한 집착은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집착 그리고 소유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집착 모두를 말하고자 했다.

 

그렇지.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무소유의 존재이니 집착을 갖지 말자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우리 자체도 영원하지 않으므로 어떠한 것도 영원히 가질 수 없다.

무언가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찰나에 불과하므로 가진다고 할 수도 없다.

무언가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무언가가 잠시 머무를 뿐이라고 생각하여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합당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이미 무소유에 대해 얘기한 사람이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그것을 얘기한 지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집착을 버리자라는 뜻에서

무소유를 얘기했다면 그것은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맥락이 아니다.

 

집착을 가질 이유가 없음을 나는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집착을 아예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위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집착을 덜어내고 마음을 가볍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을 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줘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중심에 있다면 다른 것들은 다가오고 떠날 뿐인 것이다.

연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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