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고뿔

neulvo 2021. 5. 21. 15:11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너 때문이 아니다.

쥐뿔도 없는 내가
끙끙 앓고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다.

약도 없이 돈도 없이
헐떡이는 것도 다

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참견하지 마라.
그러니 상관하지 마라.

시답잖은 방 안에서
시답잖게 죽어가도

너는 그냥 떠나가라.
괜히 돌아보지 마라.

너 때문이 아니다.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idfQqnzZ2/?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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