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도마뱀

neulvo 2021. 5. 19. 18:10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얼마 전 내 친구 도마뱀이
전화했다. 울먹이면서.

수년간 길러온 자신의 꼬리가
마음껏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매일 잘려나간다고.

그게 가여워 나는
새 우리로 가라고
너 거기서 괜히
피 흘리지 말고
다른 우리로 떠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더 이상 철창은 싫다고
어차피 떠나봐야
철창 안이라고
싫다고 울다가 전화를
끊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무엇을 오해했던 걸까.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유리 판때기로 둘러싸인
철제 우리만이 높을 뿐이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Qfaq-H3tF/?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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