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노란 아이

neulvo 2021. 5. 16. 17:06

황혼이 깔린 시간

학교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있다.

 

쨍쨍한 햇빛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떠나가고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가는 한 아이가 지나간다.

 

그 아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참새처럼 총총 걸어간다.

 

그 아이가 나를 또 다시

쳐다보고

모래알을 차며 걸어간다.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내게로 춤추듯 다가온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

모래 바람을

타고 사라진 걸까.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쓸데없이 커진 두 발만이

단지 노랗게 보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가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어느새 노란 밤이 하늘을 뒤덮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2zaOjnb4O/?utm_source=ig_web_copy_link

728x90

'느리게 읽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자  (0) 2021.05.18
몰라서  (0) 2021.05.17
불안해  (0) 2021.05.15
  (0) 2021.05.14
걸음  (0)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