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316

고백

시작을 하기도 전에 끝을 생각함은 분명 시작을 더디게 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그대여 시작을 주저한 것은 그대 탓이 아닙니다. 그대 향한 내 사랑이 작은 탓도 아닙니다. 그저 나란 사람이 그 끝을 책임질 만큼 강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러니 그대여 오해하지 말아요. 슬퍼하지 말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n5KJlnxb2/?utm_source=ig_web_copy_link

겨울잠

매서운 계절에 추위를 타 포근한 땅 한 칸 찾는다. 새하얀 햇볕 쬔 눈밭 아래 촉촉한 흙 덕지덕지 붙은 나무 밑동 호적한 그 아래 땅 짐승 세 놓은 그 자리에 눈치 없이 비집고 들어가 엉덩이 붙여 자리 잡는다. 낡은 몸뚱이 한껏 웅크린다. 한 줌 마음 옆에 가지런히 땅에 귀 대고 잠을 청한다. 이 겨울 동안 아무 일 없길. from : https://www.instagram.com/p/CLDnUF8ndxs/?utm_source=ig_web_copy_link

노력

나는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그렇다고 부족한 자신이 싫진 않다. 예전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싫어하기 보단 나아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 부족하단 건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거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냐 나아질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일단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노력해서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기는 또 어렵지. 그게 또 문제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느낌인데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나 자신이니까. 사실 노력한다고 얘기하고는 있는데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노력한다 보다는 애쓴다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사전적 의미는 큰 차이 없는데 느껴지는 뉘앙스가 좀 다른 것 같다. 노력한다라는 말은 방향성이 분명한 느낌인데 ..

생각

최근에 시나 수필을 매일 쓰다보니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게 은근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쉴까 했는데 오늘은 또 이상하게 활력이 돋고 신이 나가지고 알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냥 반복되는 루틴에 지쳤던 걸까 그런데 날씨가 좋으니까 뭔가 이해는 잘 안되는데 내 안의 뭔가가 풀려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어릴 적 일화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아주 어릴 적은 아니고 내가 중 고등학생일 때의 이야기다. 혹시 밥상머리에서 밥은 안 먹고 멀뚱멀뚱 그릇만 쳐다본 적이 있는가? 그러다가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 다들 한 번 쯤은 있었을 거다. 반찬 투정이었을 수도 있고 아직 잠에서 못 깨서 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객(客)

검은 차창보다 깊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 아파트의 불빛 들은 아무 관심 주지않고 가만 가라앉아 있다. 낯익은 길 돌아들어 먼저 눈에 들어오는 6열 12번째 검은 칸. 호젓한 아파트 입구 쓸쓸한 빛 드리우고 버튼을 꾹꾹 누르고 고독한 엘리 베이터 위로 어둑한 그집앞 적막한 빛 깜빡이고 버튼을 꾹꾹 누르고 적적한 그집 현관에 외로운 불빛 비추고 창문 밖보다 캄캄한 어둠 속 사라져간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1RHxZnv2Y/?utm_source=ig_web_copy_link

포장

이거는 어쩌면 내 기우일 수도 있는데 최근에 수필에서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 내가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나를 잘못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다. 꼭 기우가 아니더라도 나는 스스로의 언행을 몇 번씩 돌이켜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괜히 신경 쓰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 나도 사람이다보니 수필을 쓰다보면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데도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노력하고 있다. 라고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걱정이 앞서서 마음 한 편이 불편하다. 포장이란 말은 너무 과격한가? 스스로에게는 과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담백하게 사는 걸 추구해서 그리고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를..

풍화

바람을 맞으면 등을 돌리고 비가 떨어지면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쑤시더라. 아마도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 있어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팼나 보다. 몸을 가눌 때마다 쑤셔오는 기억에 길을 걸을 때마다 숙여지는 머리. 이젠 바람 맞아갈 때 고개 돌릴 일 없이 이젠 비가 떨어질 때 숨어 버릴 일 없이 마지막 한 줌의 뜨거움 불태워 온몸으로 풍화하며 살아가련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8mAXHwKt/?utm_source=ig_web_copy_link

표현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표현'이다. 나는 예전에 평범하게 표현을 잘 못했다. 평범하게라고 굳이 쓴 이유는 다들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표현하는 법이나 대화하는 법을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하더라도 서툴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가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의사소통을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우리가 의사소통을 배우고 자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솔직히 나도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닌데 많이 나아졌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좋아한다는 말은 힘들다.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은 바로바로 하는 편인데 좋아한다는 말은 뭐랄까 그냥 어렵다. 좋아한다는 말에 너무 진심이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