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316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쉽게 단념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스스로의 안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안 좋은 쪽에 초점이 맞춰질까 봐 제목을 달라질 수 있다.라고 써봤다. 이런 안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게 나뿐만은 아니겠지. 사실 최근에 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아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 버릇도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다시금 어차피 안 되겠지. 달라지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확실히 습관이란 건 무서운 것 같다. 그렇지. 오랜 세월 자리 잡았던 사고방식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는 거겠지. 그래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이 사고방식을 의식하고 위화감을 느낄 정도니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한번 ..

우물

정말로 이 우물은 나에겐 깊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소용이 없다. 아무런 형태조차 보이지 않아. 아무리 고함쳐도 소용이 없다.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저 아래에 정말로 누군가를 위한 물 한 바가지 있을까. 떨어진 돌멩이는 그 깊음을 알텐데 그것도 모르는 나는 왜 하염없이 바라보고 소리치고 있는 걸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B-52U60H8h1/?utm_source=ig_web_copy_link

고뿔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너 때문이 아니다. 쥐뿔도 없는 내가 끙끙 앓고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다. 약도 없이 돈도 없이 헐떡이는 것도 다 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참견하지 마라. 그러니 상관하지 마라. 시답잖은 방 안에서 시답잖게 죽어가도 너는 그냥 떠나가라. 괜히 돌아보지 마라. 너 때문이 아니다.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idfQqnzZ2/?utm_source=ig_web_copy_link

언덕 너머

너랑 나랑은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노을이 저무는 황홀한 언덕 너머로 가자. 나는 더 이상 흰색이 보기 싫어 검은색도 보기 싫어 너랑 둘이서 빛 잘 드는 언덕 너머로 가자. 너는 더 이상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 웃음소리도 듣기 싫어 나랑 손잡고 노랫소리 들리는 언덕 너머로 가자. 너랑 나랑은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세상은 버리고 저기 언덕 너머로 가자. from : https://www.instagram.com/p/B-LYK_rnTFI/?utm_source=ig_web_copy_link

여행

요즘 타임머신 2권의 출판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서 설레면서도 오묘하고 싱숭생숭하다가 초조하기도 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불안정해서 일부러 여유를 가지려고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을 더 신경 쓰다 보니 몸도 많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원인도 잘 모르겠는 걸 앓기만 했는데 요샌 정말 나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번 기회에 병원 가서 검사도 확실히 받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어떻게든 나아질 생각이다. 그 전에도 병원 여러 번 갔는데 참 잘 낫질 않았다. 아무튼, 몸도 좋아지고 책도 곧 나오고 좋을 일들이 많은데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해서 마음이 참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느린 여행기 시즌 1 이랄까 내 첫 배낭여행 분량이 끝이..

도마뱀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얼마 전 내 친구 도마뱀이 전화했다. 울먹이면서. 수년간 길러온 자신의 꼬리가 마음껏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매일 잘려나간다고. 그게 가여워 나는 새 우리로 가라고 너 거기서 괜히 피 흘리지 말고 다른 우리로 떠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더 이상 철창은 싫다고 어차피 떠나봐야 철창 안이라고 싫다고 울다가 전화를 끊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무엇을 오해했던 걸까. 하늘은 맑고 높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선 유리 판때기로 둘러싸인 철제 우리만이 높을 뿐이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Qfaq-H3tF/?utm_source=ig_web_copy_link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정류장 여기는 지나쳐 가는 곳 우린 갈 곳 없는 광대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저기로 어디로 종착역으로 가자 우린 꿈을 잃은 꼬마 유령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린 갈 길 잃은 미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어디든 어디든 이 곳 아닌 곳으로 우린 모든 게 싫은 부랑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가자 꼬리 물고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from : https://www.instagram.com/p/COEaxkRHPJq/?utm_source=ig_web_copy_link

휴식

나는 게으른 게 좋아. 여유로운 게 좋고 휴식이 좋아. 그럼에도 뭔가 하지 않으면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때도 뭔가 하고 있을 때가 많고 어느샌가 탈진해서 누워있을 때가 있지. 휴식 시간을 일부러 내서 쉴 때도 제대로 쉬는 것 같지 않아. 그리고 가끔은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하고 싶은 게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쉴 때 하던 것들이 하나 둘 줄어들었어. 그런데 뭐 다시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아도 제대로 쉰다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네. 그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잘 쉴 수 있는지 정말 잘 모르겠어. 그래도 잘 쉬는 건 정말 필요하다 생각해. 잘 쉬고 나면 컨디션도 좋고 영감도 잘 나오거든 효율도 더 좋은 것 같고. 일..

몰라서

내가 너를 사랑할 때면 나는 왜 이리 슬픈건지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는 단 하나 바라지만 너의 진심을 몰라 사랑 점점 뜨거워지나 사랑 아닌 집착 같아.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너를 사랑하는 단 하나 바라지만 너의 마음을 몰라 사랑하는 너를 볼 때면 나는 왜 이리 슬픈건지 from : https://www.instagram.com/p/CAUOgtoH6JJ/?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