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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아이

황혼이 깔린 시간 학교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있다. 쨍쨍한 햇빛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떠나가고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가는 한 아이가 지나간다. 그 아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참새처럼 총총 걸어간다. 그 아이가 나를 또 다시 쳐다보고 모래알을 차며 걸어간다.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내게로 춤추듯 다가온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 모래 바람을 타고 사라진 걸까.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쓸데없이 커진 두 발만이 단지 노랗게 보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가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어느새 노란 밤이 하늘을 뒤덮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2zaOjnb4O/?utm_s..

감사함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한 마음을 스승님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표현하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한층 가벼워지고 좋아졌다. 기뻤다. 그분들에게 그간의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도 너무 좋았는데 내가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그렇지. 아무래도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돼버려서 그런지 표현력이 많이 좋아졌다. 이전에는 항상 어떤 말을 하고 나서 내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한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아쉬움보다 표현했을 때의 기쁨이 더 크다. 물론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아예 없진 않다. 그래도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진 않다. 마음의 불편함도 별로 없고.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것들이 좋아진 것 같다. 금전적인 것은 아직 많이 좋아져야 하지만 그래도 좋아질 것이고 해결될 ..

길을 내줘 나를 위한 갈 길을 모르니 나는 어디로 가 나 너에게 바로 닿을 수 있을까 여긴 한치 앞 모르는 네모로 갇힌 미로 속 엉킨 실타래 조차 없 어서 갈 길을 모르네 나는 가고 싶어 네게 한 번만 알려줘 내게 길을 내줘 나를 위한 내게 내줘 너를 향한 나 외에는 알지 못할 나만이 아는 그 길을. from : https://www.instagram.com/p/COCLlgMnOz1/?utm_source=ig_web_copy_link

자신감

믿음 시리즈의 마지막은 자신감에 대한 얘기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한가?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강할 때도 있고 약할 때도 있다.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 자체는 항상 가지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뭐랄까 정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나란 사람이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그런가? 너무 거창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든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확답을 내릴 수 없으니 질문마저도 조심스럽다. 불확실함에 고민만 깊어진다. 솔직히 별로다. 발전이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근데 이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고 있다. 올림픽 펜싱 결승..

믿음

이번엔 저번에 이어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런데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사람과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 과연 누군가를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나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어려웠거나 현재도 어려운 사람들은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좋지만 사람이 무섭지. 가까이하고 싶어하지만 가까이했다가 상처 입을까 두렵다. 그렇다. 나는 정말 두렵다. 나는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이전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처럼 누군가가 또 내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인간관계를 많이 줄였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 되어버렸고 어느샌가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되었다. 나..

신앙

오늘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녀왔다. 원래 종교가 있던 건 아니었다. 참고로 지금도 없다. 최근 어머니께서 성당을 다니고 싶다고 하셨고 지난주부터 다니기 시작하셔서 나도 호기심이 돌아서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다녀왔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부럽다. 믿음이 있는 것 자체도 그렇고 기댈 곳이 있다는 것도 나는 좋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느낀 바만 적당히 얘기하려고. 나는 뭐랄까 어딘가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교리나 말씀도 그렇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도 나랑은 다른 것 같아서 위화감이 느껴져 어느 포인트에서 받아들이질 못한다. 얘기를 듣다 보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이전에 내가 가진 생각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