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316

계획

뭔가 느낌이 싸해서 지난 글들을 살펴보니 계획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 이미 있었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하니까 뭐, 괜찮겠지. 최근에 제출했던 자소서들이 우수수 탈락을 해버리는 바람에 계획을 수정하고 시간표를 다시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취업에 아주 열심이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취업보다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데 초점을 둘까 한다. 취업이 되면 좋겠지만 취업이 어려운 시기기도 하고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음속에 언젠가 해야지 하고 열망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을 이 참에 해볼까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란 소설도 그런 흐름 속에서 쓰게 된 것이니 이번에도 나름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 뭐,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 순 있겠지. 그래..

파랑의 밤

여기 이 생동감 넘치는 밤 노랑 불빛들이 곳곳에 빨강 사람들 환히 비추고 초록의 향이 은은히 퍼지네. 여기 이 화사하게 빛나는 밤 별들은 멀리 있지 않았고 미소들은 입꼬리 길게 올라 눈앞의 만찬에 감상 깊어지네. 여기 이 여물어가는 파랑의 밤 한 폭의 그림으로 승화한 수 놓아진 아름다움들 사이 나는 안과 밖, 어디에 있는 걸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CPpHM04H-FB/?utm_source=ig_web_copy_link

[독후감] 형이상학 서설_임마누엘 칸트 / 아카넷

출판사인 아카넷의 사이트가 따로 있지만 그 안의 링크가 네이버로 타게 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네이버 링크로 올린다. 어릴 적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아 칸트의 저서들을 언젠가 꼭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인가 이 형이상학 서설과 순수이성비판 1을 구매했었는데 형이상학 서설은 졸아가면서 읽었고 순수이성비판 1은 펴 보지도 못한 채 책장 안에 박제해 두었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형이상학 서설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형이상학 서설을 다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과연 그의 저서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시작을 했으니 언젠가 끝을 보겠지. 독후감 업데이트 속도가 정말 느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럼에도 형이상학 서설을 읽으면서 내..

의식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성정이 예민한 탓도 있고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안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어떨 땐 내 생각이 맞았을 때도 있었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부풀린 환상이었다. 관계에서 상처 받은 적이 많아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멋대로 상상하곤 했다. 사고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또 관계를 잘 끌고 나가고 싶고 외로우니까 관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았고 안 좋은 사이클이 반복됐었다. 관계에 신경을 기울이고 의지하려 하고 의미 부여하고 상처 받고 회피하고 다시 의지할 데를 찾고 또다시 안 좋은 습관을 반복하고.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관계에서 또 상처..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영웅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이전 독후감에서 쓴 올림포스 신 이야기에 이어서 영웅 이야기에 대해 써볼까 한다. 사실 한창 자소서 쓰는 중인데 머리 좀 식혀볼 겸 ㅎㅎ 목차를 들여다보면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벨레로폰, 오르페우스, 이아손, 아탈란타, 오이디푸스,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책이 구성되어있다. 거두절미하고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져와 보겠다. 운명대로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말에 헤라클레스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저도...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오, 어떻게 제가... 하지만 그런 삶이 제 운명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아요. 프로메테우스 님이나 신탁이 그렇게 말해줘서가 아니라, 느낌이 그래요. 저는 제 능력을 알아요. 그걸 거부하는 건 배신이겠죠. 제 자신을 증오하면서 생을 마칠 겁니..

도움

또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이번에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아파도 집에 아무 말 않고 병원에 혼자 갔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한테도 말 않고 혼자 이겨내곤 했었다. 이겨낸다는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그냥 버틴 것일지도 모르겠다. 버티다보면 시간이 해결해주니까. 그렇게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혼자만 힘들어하며 살았다. 남들이 몰라주는 외로움을 고독감을 혼자만 안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힘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취준을 다시 시작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친구가 주변에..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올림포스 신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현재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총 두 권이 나와있는데 하나는 지금 소개하는 올림포스 신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웅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영웅 이야기를 먼저 읽었는데 순서 상 올림포스 신 이야기가 먼저 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신화 자체가 가지는 매력과 그 내용을 글로 읽는 즐거움 덕이었다. 확실히 글을 읽는 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다. 매력적인 그림도 좋긴 하지만 묘사나 대화를 음미할 수 있는 건 글 쪽인 것 같다. 스티븐 프라이는 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가 가지는 매력을 굴곡 없이 담아내었다. 글의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