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의식

neulvo 2021. 9. 11. 10:45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성정이 예민한 탓도 있고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안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어떨 땐 내 생각이 맞았을 때도 있었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부풀린 환상이었다.

관계에서 상처 받은 적이 많아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멋대로 상상하곤 했다.

사고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또 관계를 잘 끌고 나가고 싶고

외로우니까

관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았고

안 좋은 사이클이 반복됐었다.

 

관계에 신경을 기울이고

의지하려 하고

의미 부여하고

상처 받고

회피하고

다시 의지할 데를 찾고

또다시 안 좋은 습관을 반복하고.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관계에서 또 상처 받기 싫은 마음이

누군가와 관계하는 데 있어서 안 좋게 작용했었다.

 

연인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의 안 좋은 점을 인정하는 건 힘드니까

자신을 부정하는 건 또 마음 아픈 일이니까 인 것 같다.

 

그렇지. 나는 생각이 많고

내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관계의 중심은 항상 타인에게 두었다.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와는 별개로

관계의 결정권을 항상 타인에게 주었다.

 

그러다가 스스로가 힘들어지면

그걸 멋대로 끊어버렸지.

 

참 한심했다.

 

그래.

여기까지가 자백 비슷한 고백이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노력하고 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고치고자 한다.

 

나의 과거나 나의 안 좋은 습관 때문에

또다시 슬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안 좋은 생각이 들면

내가 이겨내야 할 안 좋은 습관이구나

하고 흘려보내려고 하고 있다.

 

나는 달라질 거고

나는 나아질 거다.

더 이상 회피하지 않을 거고

더 이상 혼자 슬퍼하지 않을 거다.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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