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방황

neulvo 2021. 8. 14. 21:24

방황, 길을 알지 못해서 헤맨다.

아마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길을 알고 싶은데 알지 못한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고 싶은데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한 발짝씩 나아간다.

눈앞에 보이는 만큼 조금씩 나아간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서

어떠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

 

그럼에도 이 한발짝이

길 위의 한 발짝인지

아니면 길을 벗어난 한 발짝인지

알 수가 없다.

모호하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한 발짝 내딛는데

이게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게 맞는 걸까?

맞는 게 뭘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알 수 없어지게 되기도 하고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던 게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이 느껴져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렇게 방황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노력했던 것들이 좌절되면서

방황을 하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고

좌절되면서

허탈했고 무기력해졌다.

 

순탄할 것이라 여겼던 인생이

순탄해지지 않게 되면서

불만족스러웠고

불행했고

불안했다.

마음이 불안하다 보니

마음이 쉽게 조급해졌고

마음이 쉽게 상처 받았다.

 

어딘가 공허하단 느낌을 받았고

막막하단 생각이 자주 들었다.

 

마음이 불안하다 보니

항상 무언가를 하려고 했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정도가 심한 건진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 남아있다.

 

그래서 가끔은 쉴 때 잘 못 쉬는 것 같다.

 

오해가 생길 수 있어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그런 강박이 있다고 해도

무언가를 꼭 잘한 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진짜 뭐라도 했던 것이다.

 

그 강박으로 하나만 열심히 했다면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됐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정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그 가정을 경험할 수 없으니까. 의미 없다.

 

나는 하나만 열심히 하는 대신에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어쩌면 한 사람에겐 벅찬 여러 가지 소망을 품었다.

 

작곡도 하고 싶고

노래도 잘 부르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운동도 잘해서 몸도 좋고 싶고

주식도 잘했으면 좋겠고

경영, 경제도 공부하고 싶고

통계도 잘하면서

프로그래밍도 더 많이 공부하고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작곡은 아예 못했고

노래는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고

그림은 낙서하는 게 전부였고

주식은 수익내기가 어려웠고

경영, 경제 분야 책은 많이 읽었는데

잘 안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그래도 매일 아침 6시~ 7시에 운동은 했네.

일주일에 3~4일은 아침에 운동을 했다.

그럼에도 내 몸은 몸짱이 되진 않았지만... ㅠㅠ

 

아무튼 이런저런 꿈은 많았는데

현실적인 것들을 무시하고 할 수는 없다 보니

미루기만 하고 아쉬워만 했다.

 

그렇지. 내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너무 많은 꿈을 가졌고

너무 많은 목표를 가졌다.

 

정말로 그 꿈들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꿈들을 정말로 원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느끼기에 그렇다.

물론 당시에는 간절했겠지.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마음이 불안하니까

간절해졌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까지 얽매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졸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몸 관리를 하면서

 

그간 가졌던 꿈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고

하나씩 풀어내다 보니

 

내가 너무 심각하게만

생각했었구나 싶다.

 

그 꿈들을 이뤄서

현실을 벗어나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것을 정말 원했다기보다는

현실을 힘들어했던 것 같다.

 

굳이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그 꿈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건데

마음에 여유가 없어 시야가 좁아져 있었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털어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몸 관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다 보니

스스로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불안한 느낌이 엄습해도

그게 느낌뿐이란 걸 알아서

잘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심각하게 생각했던 꿈들도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란 걸

알게 되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가끔 조급해지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직접 해봤기에 느끼는 점이 있다.


일단 몇 번이나 말했듯 소설을 쓴 게 가장 컸던 것 같고

그 후에 커버송 영상을 올려본다던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림을 배운다던지 등으로

꿈만 꾸었던 꿈들을 하나씩 실현시켜 보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앞서 말했듯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꼭 무언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것.

또 무언가가 되냐 마냐는 내 의지만으론 안 되는 것이라는 것.

 

거기에 기회란 건 항상 오는 게 아니지만

꼭 그 기회에 목맬 필요는 없다는 것.

 

그렇게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나니까

그간의 방황이 결국

내 마음의 불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마음이 불안하고

마음이 불안하니

그것을 해결하고자 방황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방황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방황을 겪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도 잘 넘길 수 있으니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해도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그 불안한 마음이

꼭 실제랑 연관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실제는 나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아니까.

 

불안한 마음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뭐, 그게 잘 안돼도

불안한 마음에 집중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서서히 멀어지기 마련이다.

 

또 어쩔 땐

시간이 해결해줄 때도 있고 말이다.

 

정말 오랫동안 방황했고

힘들어했다.

또 방황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 테니까.

 

오랜만이다.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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