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46

믿음

이번엔 저번에 이어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런데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사람과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 과연 누군가를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나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어려웠거나 현재도 어려운 사람들은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좋지만 사람이 무섭지. 가까이하고 싶어하지만 가까이했다가 상처 입을까 두렵다. 그렇다. 나는 정말 두렵다. 나는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이전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처럼 누군가가 또 내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인간관계를 많이 줄였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 되어버렸고 어느샌가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되었다. 나..

신앙

오늘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녀왔다. 원래 종교가 있던 건 아니었다. 참고로 지금도 없다. 최근 어머니께서 성당을 다니고 싶다고 하셨고 지난주부터 다니기 시작하셔서 나도 호기심이 돌아서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다녀왔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부럽다. 믿음이 있는 것 자체도 그렇고 기댈 곳이 있다는 것도 나는 좋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느낀 바만 적당히 얘기하려고. 나는 뭐랄까 어딘가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교리나 말씀도 그렇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도 나랑은 다른 것 같아서 위화감이 느껴져 어느 포인트에서 받아들이질 못한다. 얘기를 듣다 보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이전에 내가 가진 생각들을 ..

노력

나는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그렇다고 부족한 자신이 싫진 않다. 예전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싫어하기 보단 나아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 부족하단 건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거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냐 나아질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일단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노력해서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기는 또 어렵지. 그게 또 문제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느낌인데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나 자신이니까. 사실 노력한다고 얘기하고는 있는데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노력한다 보다는 애쓴다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사전적 의미는 큰 차이 없는데 느껴지는 뉘앙스가 좀 다른 것 같다. 노력한다라는 말은 방향성이 분명한 느낌인데 ..

생각

최근에 시나 수필을 매일 쓰다보니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게 은근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쉴까 했는데 오늘은 또 이상하게 활력이 돋고 신이 나가지고 알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냥 반복되는 루틴에 지쳤던 걸까 그런데 날씨가 좋으니까 뭔가 이해는 잘 안되는데 내 안의 뭔가가 풀려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어릴 적 일화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아주 어릴 적은 아니고 내가 중 고등학생일 때의 이야기다. 혹시 밥상머리에서 밥은 안 먹고 멀뚱멀뚱 그릇만 쳐다본 적이 있는가? 그러다가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 다들 한 번 쯤은 있었을 거다. 반찬 투정이었을 수도 있고 아직 잠에서 못 깨서 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포장

이거는 어쩌면 내 기우일 수도 있는데 최근에 수필에서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 내가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나를 잘못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다. 꼭 기우가 아니더라도 나는 스스로의 언행을 몇 번씩 돌이켜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괜히 신경 쓰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 나도 사람이다보니 수필을 쓰다보면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데도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노력하고 있다. 라고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걱정이 앞서서 마음 한 편이 불편하다. 포장이란 말은 너무 과격한가? 스스로에게는 과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담백하게 사는 걸 추구해서 그리고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를..

표현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표현'이다. 나는 예전에 평범하게 표현을 잘 못했다. 평범하게라고 굳이 쓴 이유는 다들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표현하는 법이나 대화하는 법을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하더라도 서툴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가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의사소통을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우리가 의사소통을 배우고 자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솔직히 나도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닌데 많이 나아졌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좋아한다는 말은 힘들다.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은 바로바로 하는 편인데 좋아한다는 말은 뭐랄까 그냥 어렵다. 좋아한다는 말에 너무 진심이라 그런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

산책

벌써 5월이 돼버렸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빠를 줄이야. 블로그 글도 어느새 100개가 넘었고 인스타에 올리는 시도 200개가 넘었다. 새삼 놀랍다. 놀라는 와중에 은근히 어필을 해보았다. 블로그도 인스타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방문자 수 조금씩 오르는 거 보는 낙으로 살고 있다. 또 하나 변화를 느낀 거는 수필의 분량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주제에 맞는 말만 간결하게 썼는데 이제는 여기로 새고 저기로 새고 TMI 대잔치다. 수다 떨듯이 수필을 쓰고 있다. 아니, 진짜 요즘 수다쟁이 다 됐다니까? 내가 말하는 걸 이렇게 좋아했었나 싶다. 듣는 것도 좋아하니까 여러모로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대화가 정말 재밌다. 그래.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산책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나는 산책을 무척 좋..

시간 개념

최근 가장 달라진 부분이 뭘까 생각을 해보면 아무래도 시간 개념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이 소설의 영향이 지대하다. 소설을 쓰고 나서는 인생을 1년, 2년 길게 보게 된 것 같다. 지금 타임머신을 쓰고 출판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누군가는 쉽게 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출판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소설 시장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출판을 하자고 결정하고 출판사에 연락한 다음에도 교정 작업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신경 쓸 게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다. 애초에 초고는 다 쓰는데 한 3달 걸렸던 것 같은데 그걸 다듬어서 웹소설 공모전에 올리고 그걸 다시 다듬어서 출판 의뢰하고 출판을 위해 교정 작업을 하며 또 다듬었다. 내가 쓴 글을 이렇게나 많이 보..

계획

난 계획적인 사람이면서 매우 충동적인 사람이다. 모순되는 두 특성인데 그렇지. 사람에겐 일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보통은 계획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에 일어난 시간 기준으로 하루 일과를 빠르게 짠다. 사실 짠다고 하기도 뭐한게 약속이 있는 거 아니면 하루에 하는 일이 비슷하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시를 쓰거나 올린다. 시에 쓰이는 영감은 보통 지난 일들이나 그때 그때의 감상들. 아침에 새로 쓴다기 보단 미리 써놓은 걸 다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는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다시 어머니 방 침대에서 뒹굴... 그렇게 고양이 같은 아침 일과를 마치면 메일을 확인하러 간다. 지금 타임머신 2권을 작업 중이라 혹시 메일이 온 게 있을까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인스타에서 시..

관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이 언젠가 보답받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이든 보답받은 적이 적단 말이지. 그래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 더 나아지기 위한 고민이나 하자. 아마 모두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나는 관계가 정말 어렵다. 나는 아싸인데 인싸가 피곤해서 아싸가 된 케이스다. 관계라는 건 정말 어렵다. 관계를 잘 맺는 것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관계를 잘 끊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관계 맺는 것 자체는 비교적 쉬운 것도 같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가끔은 정말 내 의지가 아닌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정말로 가슴 뛰게 재밌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