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달라진 부분이 뭘까
생각을 해보면
아무래도 시간 개념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이
소설의 영향이 지대하다.
소설을 쓰고 나서는
인생을 1년, 2년
길게 보게 된 것 같다.
지금 타임머신을 쓰고
출판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누군가는 쉽게 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출판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소설 시장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출판을 하자고 결정하고
출판사에 연락한 다음에도
교정 작업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신경 쓸 게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다.
애초에 초고는 다 쓰는데
한 3달 걸렸던 것 같은데
그걸 다듬어서 웹소설 공모전에 올리고
그걸 다시 다듬어서 출판 의뢰하고
출판을 위해 교정 작업을 하며 또 다듬었다.
내가 쓴 글을 이렇게나
많이 보게 될 지는 또 몰랐지.
그런데 또 고칠 때마다 글이 나아지니까
하... 이걸 안 할 수도 없고.
결국 더 고칠 수 없을 때까지
다시 보고 다듬고를 구역질 날 정도로 반복했다.
디자인도 내 마음에 드는 게 먼저라 생각해서
몇 번을 수정 요청하고 다시 의뢰하기도 했다.
디자인 담당 하시는 분이
날 많이 까다로워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이야기고 책이니까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2권까지 전 분량이 책으로 나오기까지가
1년이 넘게 걸렸다.
아직 2권이 나오진 않았는데
적어도 5월 중에는 나올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긴 기간 동안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까
진짜 시간이란 게 다르게 느껴지더라.
이전에는 길어야 한 학기 분량의 계획을 세우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본이 1년 단위가 되었다.
다음 차기작은 아마 2년은 걸릴 지도 몰라서
나름 각오하고 있다.
그래. 앞으로 할 일들은 최소 단위가 1년이다.
몇 년을 해도 소용 없을 수도 있지.
모든 게 잘 됐으면 좋겠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니까 나를 위해 밑밥을 깔아놓겠다.
잘 될 거라 생각하는데 안 될 수도 있다고 해 놓을래.
다시 시간 개념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이렇게 1년, 2년 길게 생각하게 된 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좀 더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지나?
그건 잘 모르겠고
적어도 조급함은 좀 컨트롤되는 것 같다.
아직 생각한 대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남았다면서
스스로에게 끈기와 인내심을 요구한다.
노력하게 된다.
그래. 이제는 모든 일이
금방 금방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인생을 멀리 본다든가
큰 그림을 그린다든가
하는 말들이 조금 이해가 되고 있다.
내가 달성할 무언가가
내가 이뤄낼 언젠가가
기대된다.
시간 개념이 달라지면서
인생을 길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이룰 수 없는 꿈보다
이룰 수 있는 꿈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하루 하루를
사과 나무 심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해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이 사과 나무가 언젠가
제 멋대로 멋진 모습으로 솟아날 것이라는 것을.
그 정도는 내 시간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기냐 아니냐를 알 수 있을 때까진 가 볼 생각이다.
그래야 재밌지 않겠는가.
그럼 언젠가 올 그 날을 기다리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무리를 짓겠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