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계획

neulvo 2021. 4. 29. 18:30

난 계획적인 사람이면서 매우 충동적인 사람이다.

모순되는 두 특성인데

그렇지. 사람에겐 일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보통은 계획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에 일어난 시간 기준으로

하루 일과를 빠르게 짠다.


사실 짠다고 하기도 뭐한게

약속이 있는 거 아니면

하루에 하는 일이 비슷하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시를 쓰거나 올린다.

 

시에 쓰이는 영감은 보통

지난 일들이나

그때 그때의 감상들.

아침에 새로 쓴다기 보단

미리 써놓은 걸 다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는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다시 어머니 방 침대에서 뒹굴...

 

그렇게 고양이 같은

아침 일과를 마치면

메일을 확인하러 간다.

 

지금 타임머신 2권을 작업 중이라

혹시 메일이 온 게 있을까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인스타에서

시를 찾아보고

괜찮은 걸 수정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그림도 그리고 같이 올린다.

 

그 후에는 거의 자유네.

산책을 가기도 하고

수필을 쓰기도 하고

이래저래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

 

잠깐, 나 계획적이지 않은가?

계획적인 줄 알았는데

할일만 하고 나면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네.

 

그래도 뭐, 약속을 까먹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래. 요즘 소설 교정 작업이 끝나서

책 나오기 전까지 할일을 찾아야 한다.

이전까지는 교정한다고 이외로 빡빡하게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지금은 휴가가 주어진 것처럼 널널한 편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일정을 빡빡하게

세우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소설 작업할 땐 어쩔 수 없었지만

뭐든 여유가 있는 널널한 게 좋다.

 

여행갈 때도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않는다.

숙소에 도착해서 누워서 짤 때도 있고

아예 일정을 비우고 주변을 걸어다닐 때도 있다.

앞에서 계획적이라고 얘기했던 게 계속 찔리네.

 

그래도 확실하게 가끔 충동적이다.

가끔 직감에 과하게 의존해서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최근에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이 죽전인데

합정에 있는 미술학원을 덜컥 등록해버렸지.

 

얼마 전에도 약속을 나갔다가

시간이 비어서

걷고 싶어져서

걷다가 덕수궁을 한바퀴 돌고 나오기도 했다.

 

가끔은 대책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나의 충동적인 면이 좋다.

 

평소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경험을 해주게 하기도 하고

오래 고민할 수도 있는 결정을

정말 허탈할 정도로 빠르게 내려주기도 한다.

 

뭐든 이것 저것 따져보는 게 좋기도 하지만

따져보다가 시간 다 가는 경우도 있으니까.

 

중요할 때는 너무 충동적이면 안되겠지만

소소한 결정들은 충동적이어도 좋은 것 같다.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하니까.

 

하, 그런데 아직도 충족 못시킨 충동이 있긴 하다.

애완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동물들 귀엽게 꼬물대는 모습만 봐도

키우고 싶은 충동이 막 드는데

집에서 못 키우게 하기도 하고

나도 아직은 부담스러워서 생각만 하고 있다.

 

언젠간 키울 날이 올 것 같다.

그러면 애완동물 사진으로 다 도배해야지.

기대해주시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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