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관계

neulvo 2021. 4. 28. 17:05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이

언젠가 보답받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이든

보답받은 적이 적단 말이지.

그래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

더 나아지기 위한 고민이나 하자.

 

아마 모두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나는 관계가 정말 어렵다.

나는 아싸인데

인싸가 피곤해서 아싸가 된 케이스다.

 

관계라는 건 정말 어렵다.

관계를 잘 맺는 것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관계를 잘 끊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관계 맺는 것 자체는

비교적 쉬운 것도 같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가끔은 정말 내 의지가 아닌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정말로 가슴 뛰게 재밌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정말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부할 생각은 왠만해선 없다.

왠만한 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까다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관계를 잘 맺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가

관계를 잘 맺는 걸 어려워하고 있지 않을까?

그 무게나 방식에선 다 차이가 있겠지만

관계를 잘 맺는 게 어렵다는 건 모두가 공감할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기억하는가?

잘 기억이 안 난다면

아니면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 부분만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렇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가끔 사람들은 너무 빨리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나 싶다.

사실 내 마음도 그러고 싶어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상처 때문에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이

나에게는 쉽지 않고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한 번 관계를 잘 맺으면

정말 잘 해주니까.

잘 해주려고 노력하니까.

포기하지 말아 달라.

떼쓰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네.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 달라.

 

생각해보니 내가 기다릴 수도 있겠네.

나는 기다리는 걸 잘하니까

나보다 더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기다려 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진심이라면 그 진심은 통할 거다.

 

그럼 이제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자.

유지하는 것도 그렇다. 정말 쉽지 않다.

신뢰는 설탕으로 만든 창처럼

너무나도 부서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흑설탕을 생각했다.

 

친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평가하고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을

나는 정말로 싫어한다.

남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것도

나는 싫어.

아무리 친해져도

예의를 지키는 관계가 나는 좋다.

 

나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주변 사람 말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말은 바로 신용할 수 있는 건지

 

그런 사람들이 있다.

본인이 가진 것에 감사함을 못 느끼는 사람.

본인이 무조건 주인공이어야 되는 사람.

정말 싫다.

사실 좀 찔리는 게

나도 어릴 땐 주인공 병이 심했다.

그래도 지금은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들러리여도 행복하다.

그러니 찔리는 게 있다면

반성하고 변화하자.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

감사함은 좀 느끼고 살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관계를 잘 끊는 것에 대해

얘기할 차례네.

가장 무겁고 힘든 이야기.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관계를 많이 끊고 살았다.

도망친 적도 많고

끊어낸 적도 많다.

Sam Smith의 Too Good At Goodbyes란 노래가

나는 정말 많이 와닿는다.

가끔은 관계를 끊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안 그런 관계가

나타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대부분 상처를 받아서

그리고 상처를 더 받기 싫어서

관계를 끊어낸 적이 많았다.

 

가끔은 너무 차갑다느니

너무 쉽게 말한다느니

얘기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나도 너무 힘들다.

 

말하기 전에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많이 힘들어 했을 뿐이다.

그리고 마음 먹은 걸

힘들지만 얘기할 수 있을 뿐이지.

 

그래도 나도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근에는 그걸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봤다.

 

작년, 올해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관계가 소중해서

견디고 다시 마음을 다 잡으려 했지만

결국엔 다 어그러졌다.

 

이미 내가 얘기를 한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걸지도.

 

마음이 무겁다.

나는 솔직히 이제는 보지도 않고

연락도 안 한다고 할지라도

나와 함께 했던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언젠가

서로 힘들지 않을 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관계를 끊는 게

무서워도

해야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관계를 끊는 게

꼭 필요한 일인가 싶다.

 

하... 또 너무 이상적으로 보려 한 것 같다.

 

어렵다.

세상이 나는 어려워.

 

관계를 끊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세상이 내 입맛대로 되진 않는다.

 

누군가 이걸 보고 무례하다 생각한다면

미안하다.

내가 글러 먹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다.

나는 누구의 불행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모두의 행복을 바란다.

이걸 당당히 얘기하고 있는 게 미친 것 같지만

그렇다.

위선인가? 위선일 수도 있다.

가끔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끝으로 만약 내가 어렵다면

조금만 기다려주라.

나는 마음은 느린데

생각이 너무 빨라서

마음이 생각을 따라가질 못한다.

마음 여린 나를 조금만 기다려주라.

나도 내가 그래야 한다면 응당 그렇게 할테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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