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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성정이 예민한 탓도 있고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안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어떨 땐 내 생각이 맞았을 때도 있었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부풀린 환상이었다. 관계에서 상처 받은 적이 많아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멋대로 상상하곤 했다. 사고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또 관계를 잘 끌고 나가고 싶고 외로우니까 관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았고 안 좋은 사이클이 반복됐었다. 관계에 신경을 기울이고 의지하려 하고 의미 부여하고 상처 받고 회피하고 다시 의지할 데를 찾고 또다시 안 좋은 습관을 반복하고.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관계에서 또 상처..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영웅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이전 독후감에서 쓴 올림포스 신 이야기에 이어서 영웅 이야기에 대해 써볼까 한다. 사실 한창 자소서 쓰는 중인데 머리 좀 식혀볼 겸 ㅎㅎ 목차를 들여다보면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벨레로폰, 오르페우스, 이아손, 아탈란타, 오이디푸스,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책이 구성되어있다. 거두절미하고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져와 보겠다. 운명대로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말에 헤라클레스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저도...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오, 어떻게 제가... 하지만 그런 삶이 제 운명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아요. 프로메테우스 님이나 신탁이 그렇게 말해줘서가 아니라, 느낌이 그래요. 저는 제 능력을 알아요. 그걸 거부하는 건 배신이겠죠. 제 자신을 증오하면서 생을 마칠 겁니..

도움

또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이번에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아파도 집에 아무 말 않고 병원에 혼자 갔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한테도 말 않고 혼자 이겨내곤 했었다. 이겨낸다는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그냥 버틴 것일지도 모르겠다. 버티다보면 시간이 해결해주니까. 그렇게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혼자만 힘들어하며 살았다. 남들이 몰라주는 외로움을 고독감을 혼자만 안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힘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취준을 다시 시작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친구가 주변에..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올림포스 신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현재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총 두 권이 나와있는데 하나는 지금 소개하는 올림포스 신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웅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영웅 이야기를 먼저 읽었는데 순서 상 올림포스 신 이야기가 먼저 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신화 자체가 가지는 매력과 그 내용을 글로 읽는 즐거움 덕이었다. 확실히 글을 읽는 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다. 매력적인 그림도 좋긴 하지만 묘사나 대화를 음미할 수 있는 건 글 쪽인 것 같다. 스티븐 프라이는 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가 가지는 매력을 굴곡 없이 담아내었다. 글의 전개..

[독후감] 1984 - 조지 오웰 / 민음사

카페에 가서 책 읽는 것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읽은 책. 디스토피아나 사상에 관련한 내용을 좋아하다보니까 관심을 가졌었고 또 재밌게 읽었다. 채식주의자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섹스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 뉘앙스는 조금 달라도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채식주의자에서의 섹스는 욕망의 발현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었고 현실을 벗어나는 행위였다. (영혜와 형부와의 섹스를 얘기함.) 그리고 1984에서의 섹스는 마찬가지로 욕망의 발현이지만 이 욕망이란 게 억제된 사회에서의 발현으로 범법 행위이자 체제에 저항하는 행위로 읽혀진다. 결국 두 작품의 섹스 모두 현실적이지 않은 행위였으며 현실로부터 탈피하는 행위였다. 가끔은 궁금하다. 섹스가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이고 인간적인 행위이기..

[독후감] 채식주의자_한강 / 창비

몸 관리를 하면서 매일 1~2시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이전에는 책을 읽는 게 따분한 적도 있었고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 않는 게 답답한 적도 있었는데 습관을 들이고 차분히 읽다 보니 따분하게도 지루하게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책 읽는 일이 하루를 충실하게 만들어주어 기분이 좋다. 이미 1984,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번에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읽고 문득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별 거 없다. 방 한구석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멘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샀는데 읽지 않고 내버려 둬 오랫동안 방 한구석 어정쩡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눈에 띄어서 매번 흘금 볼 때마다 읽어야지..

방황

방황, 길을 알지 못해서 헤맨다. 아마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길을 알고 싶은데 알지 못한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고 싶은데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한 발짝씩 나아간다. 눈앞에 보이는 만큼 조금씩 나아간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서 어떠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 그럼에도 이 한발짝이 길 위의 한 발짝인지 아니면 길을 벗어난 한 발짝인지 알 수가 없다. 모호하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한 발짝 내딛는데 이게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게 맞는 걸까? 맞는 게 뭘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알 수 없어지게 되기도 하고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던 게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이 느껴져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렇게 방황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노력했던 것들이 좌절되면서..

회복

지난 한 달간 건강 관리 그리고 회복에만 신경을 기울였다. 건강 검진도 받고 병원을 내원하며 몸 상태를 나아지게 하고자 노력하였다. 생활도 규칙적으로 하고자 했으며 운동도 꾸준히 하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다. 아직 몸이 다 낫지는 않았지만 잘 관리하면서 조금씩 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쉬고 있는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나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한 기분도 들었다. 특히, 나아가고 싶은데 몸은 또 생각만큼 안 따라주니까 답답한 마음이 컸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은데 마음은 먹어도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속상했다. 그래도 별 수 없지 않은가. 길게 보면 필요한 휴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또 이렇게 가만히 멈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