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 567

찬 방

버리지 못하는 나는 여기 함께 쌓여있네 비우지 못하는 나는 여기 함께 남아있네 아집으로 쌓은 것을 미련으로 남긴 것을 털어낼 수가 없어서 매정할 수가 없어서 먼지들과 함께 나는 미운정들과 함께 또 한데 뒤엉켜 멍하니 때묻은 벽지 보면서 더는 채울 수없음을 더는 원할 수없음을 체감하며 가득찬 방 차디찬 바닥 만지며 여기 함께 쌓여있네 여기 함께 남아있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CU69aRnPNae/?utm_source=ig_web_copy_link

의연함

요즘은 스스로에게 닥치는 일들에 대해서 의연해지는 법을 억지로 배우고 있다. 호기롭게 취업을 다시 해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배운 그리고 하고자 하는 직군의 T.O.가 적은 편이라 그런지 쉽지 않았고 나름 마음 아픈 결과들을 통보받게 되었다. 무언가 달라지고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형편 좋은 게 아니었다. 뭐, 그래도 앞서 얘기한 것처럼 억지로라도 깨달은 바가 분명히 있다. 많이 의연해졌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짜증이 나거나 슬프거나 하더라도 더 이상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스스로를 좀 먹지는 않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물론 많이 떨어지다 보니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도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도 한몫하는 것 같..

[늘보 철학] 3. 실체

사물 그 자체 또는 이데아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감각하고 있는 사물 안에 그 사물을 이루는 본질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이유는 사물들 사이에 공통된 성질이 있고 공통된 법칙 하에 사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들은 보통 가공된 것이다. 물질의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 편의에 따라 가공된 것이다. 때문에 달라 보이는 사물들 사이에 공통점이 관찰되는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사물들의 경우에도 그들이 공통된 성질을 지닌다고 그들을 같다고 말하거나 그들 사이에 본질적인 원형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우선, 그들이 원형을 가지고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같은 성질을 지닌다 하더라도 같다고 할 수 없으며 설령 원형이 존재한다고 한들 그들이 같은 원형을 가..

계획

뭔가 느낌이 싸해서 지난 글들을 살펴보니 계획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 이미 있었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하니까 뭐, 괜찮겠지. 최근에 제출했던 자소서들이 우수수 탈락을 해버리는 바람에 계획을 수정하고 시간표를 다시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취업에 아주 열심이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취업보다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데 초점을 둘까 한다. 취업이 되면 좋겠지만 취업이 어려운 시기기도 하고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음속에 언젠가 해야지 하고 열망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을 이 참에 해볼까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란 소설도 그런 흐름 속에서 쓰게 된 것이니 이번에도 나름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 뭐,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 순 있겠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