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 567

파랑의 밤

여기 이 생동감 넘치는 밤 노랑 불빛들이 곳곳에 빨강 사람들 환히 비추고 초록의 향이 은은히 퍼지네. 여기 이 화사하게 빛나는 밤 별들은 멀리 있지 않았고 미소들은 입꼬리 길게 올라 눈앞의 만찬에 감상 깊어지네. 여기 이 여물어가는 파랑의 밤 한 폭의 그림으로 승화한 수 놓아진 아름다움들 사이 나는 안과 밖, 어디에 있는 걸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CPpHM04H-FB/?utm_source=ig_web_copy_link

[늘보 철학] 2. 경험

먼저 원칙으로 내세운 '경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경험만이 전부다. 경험 외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형이상학 서설에서 칸트가 이미 얘기한 바이기는 하지만 (뉘앙스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내가 깨달음을 얻고 이에 대해 절감한 것은 다른 경로에서였다. 이미 수필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삼수하던 21살 때까지 내가 왜 살아있는지에 대해서 또 내게 주어진 운명이나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고민했던 문제였는데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아도 그 해결이 소원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게 그것에 대해 알 수 있는 어떠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내 삶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

[독후감] 형이상학 서설_임마누엘 칸트 / 아카넷

출판사인 아카넷의 사이트가 따로 있지만 그 안의 링크가 네이버로 타게 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네이버 링크로 올린다. 어릴 적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아 칸트의 저서들을 언젠가 꼭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인가 이 형이상학 서설과 순수이성비판 1을 구매했었는데 형이상학 서설은 졸아가면서 읽었고 순수이성비판 1은 펴 보지도 못한 채 책장 안에 박제해 두었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형이상학 서설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형이상학 서설을 다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과연 그의 저서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시작을 했으니 언젠가 끝을 보겠지. 독후감 업데이트 속도가 정말 느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럼에도 형이상학 서설을 읽으면서 내..

의식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성정이 예민한 탓도 있고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안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어떨 땐 내 생각이 맞았을 때도 있었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부풀린 환상이었다. 관계에서 상처 받은 적이 많아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멋대로 상상하곤 했다. 사고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또 관계를 잘 끌고 나가고 싶고 외로우니까 관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았고 안 좋은 사이클이 반복됐었다. 관계에 신경을 기울이고 의지하려 하고 의미 부여하고 상처 받고 회피하고 다시 의지할 데를 찾고 또다시 안 좋은 습관을 반복하고.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관계에서 또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