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310

지평선

말은 네 눈앞에서 끊어졌고 글은 내 눈앞에서 불타버렸다. 온갖 소리를 질러봤지만 그뿐이었다. 소리는 닿지 않았다. 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산도 벽도 없다. 산을 쌓아 올려보려 했지만 나는 우공이 아닌지라 여기엔 나 혼자인지라 벽을 높게 세워보려 했지만 단지 한 겹의 벽뿐이라 미풍에도 못 견디는지라 말조차 닿지 않는데 글은 무슨 소용이랴. 다 불태워 버리고 여기 지평선에 나 혼자 뿐이다. 눈앞이 시원하게 탁 트인 세상. 지평선만이 있는 이차원의 세상.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quQJ2n1O-/?utm_source=ig_web_copy_link

아빠의 잔

어린 시절 가장 싫어했던 것은 아빠가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내 새해 소원과 부활절 소원 성탄절 소원 보름달에 빈 소원 돌무더기에 빌었던 소원 모두가 말을 듣질 않았다. 좌절한 나는 아빠한테 아빠, 아빠가 술을 마신다면 나도 술을 마셔버릴 거야! 어느 날 아빠랑 외출한 날 아빠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나는 화가 나서 아빠의 잔을 빼앗았다. 깨어보니 웃고 있는 아빠에 나도 모르게 씨익 웃어버렸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_gYYLnV0i/?utm_source=ig_web_copy_link

타임머신 1. 후기

드디어 타임머신 1. 을 완독했다.출판한지 거의 두달이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다 읽은 것은 반복 작업의 여파랄까.출판하기 위해서 너무 많이 읽었다 보니까 다시 보기가 쉽지 않았다.일단은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대략 1. 흡입력이 있다.- 의도한 부분인데 문장들을 행동이나 대사 단위로 나눠 띄워쓰기를 해서 그런지 읽기가 한층 수월하고 몰입이 잘 되는 것 같았다. 2. 서사가 진부하진 않았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는 느낌으로 서술하다보니 자칫 진부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호흡 조절도 잘 되고 작은 이야기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작가 피셜이라 신빙성은 잘 모르겠다.) 3. 아쉬운 구석이 그래도 꽤 있었다.- 사실 소설을 처음 쓰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나만의 스타..

수족관

TV는 하릴없이 번쩍 번쩍이고 컴퓨터는 허공에 파란 점을 찍는다. 거실에는 미미한 햇빛이 들어오고 밋밋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소파 위 미적지근하게 누워 방석에 몸을 비비적거린다. 왼손에 쥔 스마트폰이 깜빡이고 리모컨이 소파 위에서 툭 떨어진다. 수족관을 희미하게 바라본다. 물고기는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죄 보이질 않는다. 유리벽에 일그러진 형태가 비친다. 뻐끔 끔뻑거리다 스르르 잠기어 간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YYloSHXC0/?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별(離別)

그대가 떠나간 오늘에 나는 우리 집 마지막 닭의 모가지를 쳤습니다. 오늘 밤 우리 집 마당엔 저마다 사납게 숨 쉬는 손님들이 불려 왔습니다. 손바닥도 안 뵈는 어둠 속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저기 저 하늘에 그믐달 뿐 나는 그저 이 밤 동안에 저 달만은 떠나가지 않도록 목 놓아 울어버릴 것입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vRfzOnKPo/?utm_source=ig_web_copy_link

동행

나는 너의 발걸음이 되어줄게 너는 나의 손을 꼭 붙들어줘. 우리 비록 처음 만났을 때처럼 예쁘고 멋지진 않더라도 우리 비록 등이 굽어 걷는 것도 힘들어질 때가 올지라도 우리는 영원히 젊을 수 없지만 우리는 영원히 아름다울 거야. 너는 나의 발걸음이 되어줘 나는 너의 손을 꼭 붙들어줄게. from: https://www.instagram.com/p/B-TRzWFnb6S/?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