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315

비밀

나는 비밀을 좋아하는 편이다.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비밀이 있으려나? 다른 사람이 돼보질 못해서 남들은 어떤 걸 비밀로 만드는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궁금하다. 나의 경우에는 비밀이래봤자 누구한테 말 못할 그런 비밀은 아니고 조금만 친해져도 말할 수 있는 비밀들이 있다. 내 성격이라든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유형의 비밀들 말이다. 내 과거나 흑역사에 대한 건 대부분 말할 수 있다. 안 좋은 기억들 또한 굳이 비밀로 묻어두고 싶지 않다. 그것들에 대해선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다. 그러면 결국 내 성격이나 생각이 내 주된 비밀인데 아마 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타입인 것 같다. 까다로울 정도로 벽이 많아 다른 사람 입장에서 나를 잘 알기가 힘든 것 같다. 아, 내 능력에 ..

달밤

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밤에 가장 노랗게 빛나는 밤에 저는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 달빛 만큼 선명해진 건 바로 오늘의 일이겠죠. 아아아,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그대를 만나면 뭐라 할지 다음에 그대를 만나도 웃을 수 있을지 그대여, 아침에 만발했던 꽃들도 밤에는 이렇게 퇴색돼 버렸습니다. 그대여, 봄볕을 노래하던 새들도 밤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가 내 사랑도 그리 저물 거라 의심했던 거라면 그래서 떠나려는 거라면 나는 밤에도 빛나는 저것이 나는 밤에도 아침을 아는 저것이 나의 사랑임을 그대에게 알릴 것입니다. 그대여, 나를 떠나지 마세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

존중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존중이다. 원래는 비밀이었는데 그건 다음에 얘기하자. 아무튼 존중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사람을 존중해야한다는 명제를 나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게 맞거나 좋으니까 항상 그래야한다는 건 아니고 내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그리고 이 논리는 내가 재수 때 즉, 20살 때 깨닫고선 항상 유념하고 있는 논리다. 학창 시절부터 철학에 심취해 있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내가 태어난 이유, 삶의 목적 그리고 인간의 존재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음에 써야겠다. 무튼, 그 중 인간의 존재를 고민하면서 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Cogito, ergo sum)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이유

요즘 글을 쓰면서 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나는 여지껏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내가 만든 것이나 이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꽁꽁 감추려 애썼다. 운이 안 따라줬던 것도 맞지만 쉬운 일이 하나 없었다. 의욕적으로 했던 일들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 성공보다 실패하기를 기대한다.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가졌고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게 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자주 우울하진 않았는데 종종 우울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겉으로는 괜찮은 척 좋은 사..

짙은 하루

아아, 아침은 환희와 함께 깨어나 어두운 절망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토록 즐겁게 아침을 맞이했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매일 깨지는 기쁨을 다시 벼린 것은 무슨 희망이었을까 지금 종달새 한 마리 울지 않는 완연한 저녁 하늘 아래 찢어져 이리저리 흩어진 종잇장을 억지로 기워 하나로 붙인다. 어떠한 바람을 가지고 어떠한 긍정을 가지고 모른다. 까먹었다. 알 까닭이 없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눈도 내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세월을 잊은 노인처럼 헌 구두를 찍고 또 다듬는다. 그 어느날, 들어본 적 없는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 어느날, 다시금 떠오르는 빛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pqLYCnhkq/?utm_source=ig_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