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지평선

neulvo 2021. 4. 4. 10:35

말은 네 눈앞에서 끊어졌고
글은 내 눈앞에서 불타버렸다.

온갖 소리를 질러봤지만
그뿐이었다.
소리는 닿지 않았다.
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산도 벽도 없다.

산을 쌓아 올려보려 했지만
나는 우공이 아닌지라
여기엔 나 혼자인지라

벽을 높게 세워보려 했지만
단지 한 겹의 벽뿐이라
미풍에도 못 견디는지라

말조차 닿지 않는데
글은 무슨 소용이랴.
다 불태워 버리고 여기
지평선에 나 혼자 뿐이다.

눈앞이 시원하게 탁 트인 세상.
지평선만이 있는 이차원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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