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 567

느린 미식가 : 라망 시크레 [L'Amant Secret]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위치한 라망 시크레. 아직까지도 싱글 다이닝이 익숙하지 않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입성하였다. 입구에 있던 꽃나무. 화장실 다녀오면서 뒷면을 찍었는데 그 화려함이 돋보였다. 앞면엔 거울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전반적인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진한 장미 빛깔을 띄어 화사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6시에 예약을 해서인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빨리 도착하였다. 원래 왼쪽 하단의 흰 종이가 빨간색 봉투에 들어있는 건데 성급한 내가 빨간 봉투를 열고 종이를 꺼내버렸다. 그리고 사진 찍기 전에 웨이터 분께서 빨간 봉투를 가져가 버리셨다... 블로그를 한다는 걸 까먹지 말자... 흰색 종이를 열어보면 이렇게 코스에 대한 안내가 써져 있다. 내 이름도 적혀있다... 그래 뭐..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정류장 여기는 지나쳐 가는 곳 우린 갈 곳 없는 광대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저기로 어디로 종착역으로 가자 우린 꿈을 잃은 꼬마 유령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여기는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린 갈 길 잃은 미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어디로 어디든 어디든 이 곳 아닌 곳으로 우린 모든 게 싫은 부랑아들 가자 잠옷 입고 가자 가자 꼬리 물고 가자 가자 잠옷 입고 가자 from : https://www.instagram.com/p/COEaxkRHPJq/?utm_source=ig_web_copy_link

뜻밖의 즐거움이 있는 곳, 독일 -2 (뉘른베르크, 뮌헨)

드디어 내 첫 유럽 배낭여행의 마지막 장인 뮌헨에 도착했다. 느린 여행기 시즌 1의 마무리랄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그래도 정말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다시 봐도 재밌기도 하고 언젠가 또 다시 봐도 재밌겠지. 제법 공 들여 쓰기도 했으니까. 그래. 이제 뮌헨으로 떠나보자. 시작부터 사진의 화질이 살벌하다. 음식점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호스텔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밥을 먹으러 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의 이름은 슈바인학센. 독일식 족발이다. 겉 부분이 튀겨서 되게 바삭하고 소스 때문에 짭조름하다. 그리고 속은 정말로 잘 익은 족발 보다도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옆에 감자는 처음 본 적도 맛본 적도 없는 탱글탱글한 질감이었다. 정말 탱탱했다. 왼쪽 위에는 독일식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우트가 ..

휴식

나는 게으른 게 좋아. 여유로운 게 좋고 휴식이 좋아. 그럼에도 뭔가 하지 않으면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때도 뭔가 하고 있을 때가 많고 어느샌가 탈진해서 누워있을 때가 있지. 휴식 시간을 일부러 내서 쉴 때도 제대로 쉬는 것 같지 않아. 그리고 가끔은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하고 싶은 게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쉴 때 하던 것들이 하나 둘 줄어들었어. 그런데 뭐 다시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아도 제대로 쉰다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네. 그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잘 쉴 수 있는지 정말 잘 모르겠어. 그래도 잘 쉬는 건 정말 필요하다 생각해. 잘 쉬고 나면 컨디션도 좋고 영감도 잘 나오거든 효율도 더 좋은 것 같고. 일..

몰라서

내가 너를 사랑할 때면 나는 왜 이리 슬픈건지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는 단 하나 바라지만 너의 진심을 몰라 사랑 점점 뜨거워지나 사랑 아닌 집착 같아.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너를 사랑하는 단 하나 바라지만 너의 마음을 몰라 사랑하는 너를 볼 때면 나는 왜 이리 슬픈건지 from : https://www.instagram.com/p/CAUOgtoH6JJ/?utm_source=ig_web_copy_link

노란 아이

황혼이 깔린 시간 학교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있다. 쨍쨍한 햇빛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떠나가고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가는 한 아이가 지나간다. 그 아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참새처럼 총총 걸어간다. 그 아이가 나를 또 다시 쳐다보고 모래알을 차며 걸어간다.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내게로 춤추듯 다가온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 모래 바람을 타고 사라진 걸까.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쓸데없이 커진 두 발만이 단지 노랗게 보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가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어느새 노란 밤이 하늘을 뒤덮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2zaOjnb4O/?utm_s..

감사함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한 마음을 스승님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표현하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한층 가벼워지고 좋아졌다. 기뻤다. 그분들에게 그간의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도 너무 좋았는데 내가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그렇지. 아무래도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돼버려서 그런지 표현력이 많이 좋아졌다. 이전에는 항상 어떤 말을 하고 나서 내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한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아쉬움보다 표현했을 때의 기쁨이 더 크다. 물론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아예 없진 않다. 그래도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진 않다. 마음의 불편함도 별로 없고.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것들이 좋아진 것 같다. 금전적인 것은 아직 많이 좋아져야 하지만 그래도 좋아질 것이고 해결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