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깔린 시간 학교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있다. 쨍쨍한 햇빛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떠나가고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가는 한 아이가 지나간다. 그 아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참새처럼 총총 걸어간다. 그 아이가 나를 또 다시 쳐다보고 모래알을 차며 걸어간다.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내게로 춤추듯 다가온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 모래 바람을 타고 사라진 걸까.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쓸데없이 커진 두 발만이 단지 노랗게 보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가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어느새 노란 밤이 하늘을 뒤덮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2zaOjnb4O/?utm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