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17

[독후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_애거서 크리스티 / 황금가지

요 근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차기작을 위해서 기도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에도 책을 많이 읽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즐겨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새는 졸리지도 않고 이해도 잘 돼서 책 읽는 게 썩 재밌다. 또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보람차기도 하다. 어떠한 충만감이 느껴진다. 책 읽는 게 참 좋다. 저번에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난 후 갑자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어릴 때 완독하지 못해 남은 아쉬움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닐까 싶다.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책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주문해서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매우 독창적인 소설이었다. ..

[독후감] 노인과 바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 더스토리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나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까지 읽어보았다. 함께 샀던 책들이 아직 더 있는데 책이 작고 휴대성이 좋아 오며 가며 읽기 좋은 것 같다. 사실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칸트의 철학에 대해서 라든지 아니면 내 생각에 대해서라든지 쓰고 싶은데 집중해서 읽어야 하다 보니 부담스러워서 좀처럼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조만간 다시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과 바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노인의 바다에서의 사투와 노인과 소년의 유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노인의 사투를 보고 있자면 대단하다기보다는 처절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의 포기하지 않는 그리고 패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은 감명 깊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을 이겨내고자 발악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고상하거나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는..

[독후감] 변신, 카프카 단편선_프란츠 카프카 / 더스토리

오랜만에 휴식의 목적으로 또 유희의 목적으로 책을 하나 읽었다. 한때 더스토리의 초판본 시리즈를 여러 개 산 적이 있어서 그중에서 하나 읽어볼까 하다가 카프카의 변신이 눈에 들어왔다. 책은 단편선인 만큼 변신 외에도 판결, 시골의사, 갑작스러운 산책, 옷, 원형극장의 관람석에서, 오래된 기록, 법 앞에서, 학술원에의 보고와 같은 작품들도 담고 있다. 옮긴이인 한영란 님의 작품 해설을 읽는 것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고 크게 느껴지는 감정들은 우울감, 허무함이다. 이야기들의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나지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게 표현되어있다. 과장되지도 않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으로 이야기들이 끝맺는다. 아버지와 대립한 아들이 자살한 것이나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죽는 ..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영웅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이전 독후감에서 쓴 올림포스 신 이야기에 이어서 영웅 이야기에 대해 써볼까 한다. 사실 한창 자소서 쓰는 중인데 머리 좀 식혀볼 겸 ㅎㅎ 목차를 들여다보면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벨레로폰, 오르페우스, 이아손, 아탈란타, 오이디푸스,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책이 구성되어있다. 거두절미하고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져와 보겠다. 운명대로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말에 헤라클레스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저도...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오, 어떻게 제가... 하지만 그런 삶이 제 운명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아요. 프로메테우스 님이나 신탁이 그렇게 말해줘서가 아니라, 느낌이 그래요. 저는 제 능력을 알아요. 그걸 거부하는 건 배신이겠죠. 제 자신을 증오하면서 생을 마칠 겁니..

[독후감] 그리스 신화 올림포스 신 이야기_스티븐 프라이 / 현암사

현재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총 두 권이 나와있는데 하나는 지금 소개하는 올림포스 신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웅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영웅 이야기를 먼저 읽었는데 순서 상 올림포스 신 이야기가 먼저 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신화 자체가 가지는 매력과 그 내용을 글로 읽는 즐거움 덕이었다. 확실히 글을 읽는 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다. 매력적인 그림도 좋긴 하지만 묘사나 대화를 음미할 수 있는 건 글 쪽인 것 같다. 스티븐 프라이는 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가 가지는 매력을 굴곡 없이 담아내었다. 글의 전개..

[독후감] 1984 - 조지 오웰 / 민음사

카페에 가서 책 읽는 것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읽은 책. 디스토피아나 사상에 관련한 내용을 좋아하다보니까 관심을 가졌었고 또 재밌게 읽었다. 채식주의자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섹스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 뉘앙스는 조금 달라도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채식주의자에서의 섹스는 욕망의 발현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었고 현실을 벗어나는 행위였다. (영혜와 형부와의 섹스를 얘기함.) 그리고 1984에서의 섹스는 마찬가지로 욕망의 발현이지만 이 욕망이란 게 억제된 사회에서의 발현으로 범법 행위이자 체제에 저항하는 행위로 읽혀진다. 결국 두 작품의 섹스 모두 현실적이지 않은 행위였으며 현실로부터 탈피하는 행위였다. 가끔은 궁금하다. 섹스가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이고 인간적인 행위이기..

[독후감] 채식주의자_한강 / 창비

몸 관리를 하면서 매일 1~2시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이전에는 책을 읽는 게 따분한 적도 있었고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 않는 게 답답한 적도 있었는데 습관을 들이고 차분히 읽다 보니 따분하게도 지루하게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책 읽는 일이 하루를 충실하게 만들어주어 기분이 좋다. 이미 1984,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번에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읽고 문득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별 거 없다. 방 한구석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멘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샀는데 읽지 않고 내버려 둬 오랫동안 방 한구석 어정쩡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눈에 띄어서 매번 흘금 볼 때마다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