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작은 책장

[독후감] 변신, 카프카 단편선_프란츠 카프카 / 더스토리

neulvo 2021. 10. 20. 19:03

오랜만에 휴식의 목적으로 또 유희의 목적으로 책을 하나 읽었다.

한때 더스토리의 초판본 시리즈를 여러 개 산 적이 있어서

그중에서 하나 읽어볼까 하다가

카프카의 변신이 눈에 들어왔다.

 

책은 단편선인 만큼 변신 외에도

판결, 시골의사, 갑작스러운 산책,

옷, 원형극장의 관람석에서, 오래된 기록,

법 앞에서, 학술원에의 보고와 같은 작품들도 담고 있다.

 

옮긴이인 한영란 님의 작품 해설을 읽는 것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읽고

크게 느껴지는 감정들은 우울감, 허무함이다.

 

이야기들의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나지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게 표현되어있다.

과장되지도 않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으로 이야기들이 끝맺는다.

 

아버지와 대립한 아들이 자살한 것이나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죽는 것,

하녀도 자신도 잃은 채 나체로 떠도는 의사,

아픔을 지닌 채 자신의 곡예를 반복하는 곡예사,

법 앞에서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나이 들어 죽은 남자,

인간을 따라하는 침팬지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할 보고

 

충격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마감됐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신음 소리 한 번 없이 죽고

별일 아닌 것 처럼 빗자루에 쓸려가듯이.

 

의사 외에는 어떠한 화자도 비극적 상황에 대해

또 비극적 결말에 대해 제대로 화를 내지 못했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려고 노력했던 그레고르가 떠오른다.

출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내몰았던 침팬지처럼

화를 내기보다

나름의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그 모습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카프카가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우울감을 가지면서도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결국 자신의 아픔 때문에

자신이 그렸던 것처럼

자신이 생각하기에 허무한 끝을 맞이한 삶.

 

그가 폐결핵을 앓아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문인 중 이상이 떠오른다.

 

아픔이란 건 삶을 어렵게 만들지만

또 삶에 대한 어떠한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단편선을 통해 들여다본

카프카의 내면과 고뇌가

참 공감이 많이 가고 참 슬프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열심히 살고자 하는데

그게 정말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것은 긍정하지만

그 속에 자신이 없는 것은 긍정하지 않는다.

 

아프고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봐줄

여유가 우리에겐 별로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아프고 힘들어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건 

대단하기도 대견하기도 하지만

그냥 슬프기도 하다.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런 우리를 보면

공감이 많이 가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

씁쓸함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자신을 소진하면서도

그것을 긍정하는 우리가 나는 안타깝다.

 

 

변신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해 버린 남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묘사한 <변신>을 비롯하여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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