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차기작을 위해서 기도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에도 책을 많이 읽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즐겨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새는 졸리지도 않고 이해도 잘 돼서
책 읽는 게 썩 재밌다.
또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보람차기도 하다.
어떠한 충만감이 느껴진다.
책 읽는 게 참 좋다.
저번에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난 후
갑자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어릴 때 완독하지 못해 남은 아쉬움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닐까 싶다.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책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주문해서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매우 독창적인 소설이었다.
Original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소설.
이미 과거에 출간되어 다른 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끼친 소설이지만
지금 시대에 출간이 된다하더라도
그 빛을 잃지 않을 게 분명한 작품이었다.
도기 인형이나 갈고리와 같은
소설 안의 기발한 장치들이
긴장감을 더해주고
극의 진행을 유기적으로 만들어 주는 게
매우 흥미롭고 감명 깊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변화하는 방식이다.
대화와 행동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갈등 양상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되게 해 주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왜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지?"
"왜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은 거지?"
와 같은 조금 조금
드는 의문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 의문들이 결국
내 입장에서 판단하려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또 만약 그 의문들이 정말 타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가치는 조금도
퇴색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생각해보니까 표지가 왜 타란튤라인지는 모르겠네.
그래도 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총평하자면, 추리 소설이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었고
영감을 자연스럽게 불어넣어 주는 대작이었다.
꼭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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