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 567

야경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보름달이 찬란히 걸려 있고 살며시 부는 차가운 시베리아의 바람에 가로수 길 모두 조용히 숨 죽이네. 찬란한 야경 속에 노란 빛 빌딩들은 왜 그렇게 높이 솟아 있고 빨간 빛 자동차들은 어딜 그렇게 바삐 가는지 모르겠네.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 "야!" 볼 빨간 목소리에 달빛이 환하게 돌아보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sqJf7Hdo2/?utm_source=ig_web_copy_link

첫 여행, 프랑크푸르트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게 13년도니까 벌써 8년이나 지났다. 왜 이제와서 여행기를 쓰냐면 더 늦기 전에 기억을 보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왜 사진이 왕가의 산책으로 시작하냐면 당시 찍었던 사진첩의 시작이 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사실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문자 그대로의 처음은 아니다. 이쯤이 가장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이 이벤트를 보고선 와 공항에선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첫 여행이라 공항에 많이 일찍 도착해서 심심했는데 이런 것도 보고 연주회도 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대망의 프랑크푸르트 첫 사진은 이 사진이 되시겠다. 맞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파업하고 있더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어찌저찌 저 인파를 뚫고 지나가(나한테 위해를 가하진 않았다.) 기..

지평선

말은 네 눈앞에서 끊어졌고 글은 내 눈앞에서 불타버렸다. 온갖 소리를 질러봤지만 그뿐이었다. 소리는 닿지 않았다. 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산도 벽도 없다. 산을 쌓아 올려보려 했지만 나는 우공이 아닌지라 여기엔 나 혼자인지라 벽을 높게 세워보려 했지만 단지 한 겹의 벽뿐이라 미풍에도 못 견디는지라 말조차 닿지 않는데 글은 무슨 소용이랴. 다 불태워 버리고 여기 지평선에 나 혼자 뿐이다. 눈앞이 시원하게 탁 트인 세상. 지평선만이 있는 이차원의 세상.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quQJ2n1O-/?utm_source=ig_web_copy_link

아빠의 잔

어린 시절 가장 싫어했던 것은 아빠가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내 새해 소원과 부활절 소원 성탄절 소원 보름달에 빈 소원 돌무더기에 빌었던 소원 모두가 말을 듣질 않았다. 좌절한 나는 아빠한테 아빠, 아빠가 술을 마신다면 나도 술을 마셔버릴 거야! 어느 날 아빠랑 외출한 날 아빠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나는 화가 나서 아빠의 잔을 빼앗았다. 깨어보니 웃고 있는 아빠에 나도 모르게 씨익 웃어버렸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_gYYLnV0i/?utm_source=ig_web_copy_link

타임머신 1. 후기

드디어 타임머신 1. 을 완독했다.출판한지 거의 두달이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다 읽은 것은 반복 작업의 여파랄까.출판하기 위해서 너무 많이 읽었다 보니까 다시 보기가 쉽지 않았다.일단은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대략 1. 흡입력이 있다.- 의도한 부분인데 문장들을 행동이나 대사 단위로 나눠 띄워쓰기를 해서 그런지 읽기가 한층 수월하고 몰입이 잘 되는 것 같았다. 2. 서사가 진부하진 않았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는 느낌으로 서술하다보니 자칫 진부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호흡 조절도 잘 되고 작은 이야기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작가 피셜이라 신빙성은 잘 모르겠다.) 3. 아쉬운 구석이 그래도 꽤 있었다.- 사실 소설을 처음 쓰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나만의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