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 567

이유

요즘 글을 쓰면서 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나는 여지껏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내가 만든 것이나 이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꽁꽁 감추려 애썼다. 운이 안 따라줬던 것도 맞지만 쉬운 일이 하나 없었다. 의욕적으로 했던 일들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 성공보다 실패하기를 기대한다.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가졌고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게 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자주 우울하진 않았는데 종종 우울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겉으로는 괜찮은 척 좋은 사..

자연이란 낭만, 노르웨이 - 4(송달)

쉐락 볼튼 이후에는 송달(Sogndalsfjøra)로 갔다. 그런데 내가 시간을 잘못 계산한 건지 페리 출발 시간보다 늦게 버스가 경유지에 도착했다. 그때가 거의 11시? 12시가 됐던 걸로 기억한다. 진짜 깜깜했고 동네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놀이터 일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왜냐면 난 이방인이고 혼자지 않은가. 좀 쫄렸다. 그래서 바로 어쩔 수 없다. 하고 가까운 호텔로 들어갔다. 정말 비쌌다. 배낭 여행 내내 호스텔을 전전했던 나였기에 호텔 가격은 충격이었고 부담이었다. 그래도 리셉션 알바가 친절하게 대해주더라. 노르웨이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너무 멋있고 너무 예쁘고 그랬다. 내가 엄청 지치고 꾀죄죄했기도 하다. 동정을 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 다음 날 아침 ..

자연이란 낭만, 노르웨이 - 3(쉐락볼튼)

위의 사진은 이 사장님의 닭고기 맛 라면과 무화과(?), 계란 두개. 계란은 2편의 중국인 동행한테 영감 받아서 샀던 걸로 기억한다. 라면의 맛은! 기억이 안난다. 맛까지 기억한다면 그건 이미 일반인의 범주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확신이 안들뿐 어느정돈 기억나는지도? 아무튼, 서론이 길었다. 자, 가자! 쉐락볼튼으로! 여행, 그리고 산행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가파르고도 험난한 산행길. 어떻게 하면 오를 수 있는 걸까? 그렇다. 일단 배낭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양도 중요하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순수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눈사람도 필요하다. 그렇다. 여긴 너무 높아서 눈이 있다. 그리고 돌무더기에 무사히 돌아오길 빌기도 해야한다. 흠. 조금 재미없는 농담이었을지도. 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자연이란 낭만, 노르웨이 - 2(프레이케스톨렌)

자, 이번엔 두괄식이다. 여기, 프레이케스톨렌! 놀랍게도 이게 실제 광경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여행을 결심했지. 핸드폰 카메라인데 화질이 너무 좋다. 해외 여행은 꿈이 되어버린 요즘, 이 사진들을 보니 다시금 여행 의욕이 뿜뿜하다. 방구석에서나마 지난 여행들을 추억하자는게 취지니까 이렇게라도 즐겨봐야지. 산을 오를 때 같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미소를 보여줘서 산행이 힘들긴 했지만 즐거웠다. 프레이케스톨렌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렸나? 싶은데 사진들이 다 안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잘 찍혔다. 피사체가 여성 분들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남자다. 프레이케스톨렌에서 가장 재밌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인 동행이었다. 1편에서 말했듯 나는 여행 내내 15~16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다녔다. 그..

자연이란 낭만, 노르웨이 - 1(오슬로)

세번째 여행지는 노르웨이, 바로 군입대를 앞둔 내게 해외 여행을 가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준 곳이다. 스포를 하자면 군입대 전, 휴학을 한 나는 여느 때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였고 그때 노르웨이의 프레이케스톨렌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프레이케스톨렌의 사진을 보고 세상에 이런 곳이 있어? 라는 충격을 받았고 꼭 가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곧바로 해외 여행을 알아보고 계획을 짰다. 그리고 계획을 짜고 보니 어느새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행 이후에 군대를 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든 일이 엄청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 도착한 도시는 오슬로였다. 비행기가 내린 곳. 노르웨이 내에서는 거의 페리나 버스로 이동했다. 진짜 멋모르고 다녀서 고생 많이 했다. 거의 전지 훈련 간거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훈련소 기..

짙은 하루

아아, 아침은 환희와 함께 깨어나 어두운 절망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토록 즐겁게 아침을 맞이했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매일 깨지는 기쁨을 다시 벼린 것은 무슨 희망이었을까 지금 종달새 한 마리 울지 않는 완연한 저녁 하늘 아래 찢어져 이리저리 흩어진 종잇장을 억지로 기워 하나로 붙인다. 어떠한 바람을 가지고 어떠한 긍정을 가지고 모른다. 까먹었다. 알 까닭이 없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눈도 내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세월을 잊은 노인처럼 헌 구두를 찍고 또 다듬는다. 그 어느날, 들어본 적 없는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 어느날, 다시금 떠오르는 빛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pqLYCnhkq/?utm_source=ig_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