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님 이름도 몰라 꽃말도 몰라 그럼에도 예쁘고 보고만 있어도 좋아서 들꽃이라 부르나 봐 그럼에도 난 너를 들님이라 부르고 싶어 들님아 넌 나를 어떻게 부르니 넌 나를 어떻게 기억하니 들님아 네 환한 미소가 그리워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xtRakHZKD/?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9
작두 서슬 퍼런 날 위에 올라간 건 누구의 운명인가 누구의 인생이기에 이다지도 위태롭게 흔들리는가 하늘 아래 너울거리는 청홍의 굴레 하늘은 무심하게도 흐리기만 하구나 바람 하나 없음에도 굿판은 벌어지나 먹먹한 도마 위에 올라간 건 누구의 운명이기에 누구 하나 바라지 않아도 초연히 나부끼느냐 높이 뛰지 마라 멀리 가지 마라 기껏해야 하늘 아래 흩어질 인생이라면 맘 편히 놓아버려라 우리 두 눈깔 회백 하늘 아래 구름보다 더 흐리멍덩하느니 from : https://www.instagram.com/p/CA6m_WBn5BE/?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8
꿈 지난 밤 꿈에 나는 하나 뿐인 그대를 품 안에 폭 안고 얼굴을 맞대고 지그시 바라보고 손을 꼭 마주 잡고 그대 사랑에 푹 빠졌지. 짜르릉 짜르릉 짜증나는 알람 소리에 꿈 같던 동화는 막을 내렸고 이제는 그대 얼굴 마저 기억나지 않네. 쓸쓸한 잠자리를 가지런히 하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75_ixHTHM/?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7
비 아래 비 대차게 쏟아진 날 날새는 무엇 때문에 비를 맞고 있었을까. 으슬 추워서 솜털을 덜덜 떨었던 것일까. 흠뻑 젖어서 날개를 피지 못했던 것일까. 미안해. 잠시 우산을 씌워줄 순 있겠지만 네겐 충분치 않겠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CB0BPy-HZg5/?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7
아직은 아직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야산 중턱에 돌이 그득그득 깔린 곳에 햇살 비추면 먼지 이는 곳에 아직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찾지 않을 낡은 오두막에 거미 올망졸망 모여든 곳에 달빛 비추면 밤이 잠드는 곳에 아직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대 떠나고 내 울음이 굳은 초 한 마디가 쩌억쩌억 갈라진 상 위에서 그 심지를 빳빳이 세우고 있을지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Vv1iIHFx6/?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6
개나리 노란 치마 빼입고 어딜 가니 날도 화창한데 나도 초대해주라. from : https://www.instagram.com/p/B-a2rwkHBwW/?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5
야경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보름달이 찬란히 걸려 있고 살며시 부는 차가운 시베리아의 바람에 가로수 길 모두 조용히 숨 죽이네. 찬란한 야경 속에 노란 빛 빌딩들은 왜 그렇게 높이 솟아 있고 빨간 빛 자동차들은 어딜 그렇게 바삐 가는지 모르겠네.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 "야!" 볼 빨간 목소리에 달빛이 환하게 돌아보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sqJf7Hdo2/?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5
지평선 말은 네 눈앞에서 끊어졌고 글은 내 눈앞에서 불타버렸다. 온갖 소리를 질러봤지만 그뿐이었다. 소리는 닿지 않았다. 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산도 벽도 없다. 산을 쌓아 올려보려 했지만 나는 우공이 아닌지라 여기엔 나 혼자인지라 벽을 높게 세워보려 했지만 단지 한 겹의 벽뿐이라 미풍에도 못 견디는지라 말조차 닿지 않는데 글은 무슨 소용이랴. 다 불태워 버리고 여기 지평선에 나 혼자 뿐이다. 눈앞이 시원하게 탁 트인 세상. 지평선만이 있는 이차원의 세상.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quQJ2n1O-/?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4
아빠의 잔 어린 시절 가장 싫어했던 것은 아빠가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내 새해 소원과 부활절 소원 성탄절 소원 보름달에 빈 소원 돌무더기에 빌었던 소원 모두가 말을 듣질 않았다. 좌절한 나는 아빠한테 아빠, 아빠가 술을 마신다면 나도 술을 마셔버릴 거야! 어느 날 아빠랑 외출한 날 아빠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나는 화가 나서 아빠의 잔을 빼앗았다. 깨어보니 웃고 있는 아빠에 나도 모르게 씨익 웃어버렸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_gYYLnV0i/?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3
창문 바라던 게 많던 나는 창문을 모두 열었다. 바라는 게 많은 나는 창문을 닫질 못한다. 찬 바람 들어와 속에 병이 나 앓을 지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는 여기 너무 춥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CMG_zhFH7IZ/?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