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겨울밤 명동의 겨울밤에 대리석 같은 여자아이를 꺼져가는 가로등 마냥 사랑했다. 그날 얼마나 숱하게도 대리석에 부딪고 아스팔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던가. 닭이 밝았던 명동의 겨울밤엔 대리석도 깨질 것만 같았던 그 밤엔 아스팔트 바닥에 고무 탄 내만이 가득하였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NxeB3nyYl/?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9
이별 떨어지는 이별이 마르기 전에 닦아내려 했다. 닦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섭게 빠르게 떨어졌고 또 순식간에 말라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텅 빈 방 안에 눈물 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6rN9eHmUM/?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8
달밤 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밤에 가장 노랗게 빛나는 밤에 저는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 달빛 만큼 선명해진 건 바로 오늘의 일이겠죠. 아아아,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그대를 만나면 뭐라 할지 다음에 그대를 만나도 웃을 수 있을지 그대여, 아침에 만발했던 꽃들도 밤에는 이렇게 퇴색돼 버렸습니다. 그대여, 봄볕을 노래하던 새들도 밤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가 내 사랑도 그리 저물 거라 의심했던 거라면 그래서 떠나려는 거라면 나는 밤에도 빛나는 저것이 나는 밤에도 아침을 아는 저것이 나의 사랑임을 그대에게 알릴 것입니다. 그대여, 나를 떠나지 마세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 느리게 읽기/시 2021.04.17
사자의 뺨 잠에서 간신히 깬 사자의 뺨을 후려갈깁시다. 미안. 나도 내 손이 왜 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울먹이며 빌고 무릎꿇고 빌고 엎드려서 빌고 아예누워 빌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잠을 청하는 사자를 보고 그렇게 한심한 내가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f_QJrnDLa/?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6
종이, 글, 전구 헤진 종이 위에 글을 쓴다. 외로운 전구 하나만이 깜빡이고 있다. 번진 글씨 위에 글을 쓴다. 외로운 전구 하나만이 스러지고 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DkQppnoGA/?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5
어쩌면 어쩌면 우리가 헤어져야했던 건 우리 때문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나라가 이 꼴이라. 어쩌면 사회가 이 따위라. 어쩌면 경제가 이 모양이라,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냥 어쩌면일 뿐일지도 몰라. 그래도 어쩌면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몰라. 어쩌면 나는 그렇게 믿고 싶어.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lnpIHdJB/?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4
짙은 하루 아아, 아침은 환희와 함께 깨어나 어두운 절망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토록 즐겁게 아침을 맞이했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매일 깨지는 기쁨을 다시 벼린 것은 무슨 희망이었을까 지금 종달새 한 마리 울지 않는 완연한 저녁 하늘 아래 찢어져 이리저리 흩어진 종잇장을 억지로 기워 하나로 붙인다. 어떠한 바람을 가지고 어떠한 긍정을 가지고 모른다. 까먹었다. 알 까닭이 없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눈도 내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세월을 잊은 노인처럼 헌 구두를 찍고 또 다듬는다. 그 어느날, 들어본 적 없는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 어느날, 다시금 떠오르는 빛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pqLYCnhkq/?utm_source=ig_we.. 느리게 읽기/시 2021.04.13
할일 오늘 할일을 알려줘 하루를 늦게 시작해 벗어나지 못해 침대 놓지 못해 스마트폰 덧없이 지나간 시간 내게 할일을 알려줘 하루가 너무나 길어 혼자 올라탄 지하철 분침에 정차하는 눈 정처없이 흘러간 나 내게 할일을 알려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또 다가올 어느날에 내 하루가 쓸모있게 내가 할일을 알려줘 from : https://www.instagram.com/p/CNfYdQ_H2RD/?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2
별을 찾고 있어요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라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날 떠나간 사람들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내가 떠나보낸 사람들 나는 사랑하지 않았어요. 맑은 하늘에 눈부시게 빛나서 빨갛게 타올랐지만 뜨거운 이 내 마음을 버리고 떠났어요. 어두운 하늘에 쓸쓸히 빛나면서 오롯이 비춰줬지만 차가운 이 내 마음이 못 버티고 떠나보냈어요. 아직도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어요. 아직도 나는 저 하늘에서 나를 위한 빛을 단 하나의 별을 찾고 있어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0PE2oHCrL/?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1
바람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감싸듯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그러면 나는 그저 헛된 상념을 바람결에 흘려보낸다. 바람이 지나간 고요 속에서 침잠한다. 그래. 때로는 비워내기도 해야지. 때로는 떠나보내기도 해야지. 여기 가만히 앉아 다음 바람을 기다리며. from : https://www.instagram.com/p/B-BF3rpH3YB/?utm_source=ig_web_copy_link 느리게 읽기/시 202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