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225

달밤

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밤에 가장 노랗게 빛나는 밤에 저는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 달빛 만큼 선명해진 건 바로 오늘의 일이겠죠. 아아아,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그대를 만나면 뭐라 할지 다음에 그대를 만나도 웃을 수 있을지 그대여, 아침에 만발했던 꽃들도 밤에는 이렇게 퇴색돼 버렸습니다. 그대여, 봄볕을 노래하던 새들도 밤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가 내 사랑도 그리 저물 거라 의심했던 거라면 그래서 떠나려는 거라면 나는 밤에도 빛나는 저것이 나는 밤에도 아침을 아는 저것이 나의 사랑임을 그대에게 알릴 것입니다. 그대여, 나를 떠나지 마세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

짙은 하루

아아, 아침은 환희와 함께 깨어나 어두운 절망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토록 즐겁게 아침을 맞이했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매일 깨지는 기쁨을 다시 벼린 것은 무슨 희망이었을까 지금 종달새 한 마리 울지 않는 완연한 저녁 하늘 아래 찢어져 이리저리 흩어진 종잇장을 억지로 기워 하나로 붙인다. 어떠한 바람을 가지고 어떠한 긍정을 가지고 모른다. 까먹었다. 알 까닭이 없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눈도 내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세월을 잊은 노인처럼 헌 구두를 찍고 또 다듬는다. 그 어느날, 들어본 적 없는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 어느날, 다시금 떠오르는 빛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pqLYCnhkq/?utm_source=ig_we..

할일

오늘 할일을 알려줘 하루를 늦게 시작해 벗어나지 못해 침대 놓지 못해 스마트폰 덧없이 지나간 시간 내게 할일을 알려줘 하루가 너무나 길어 혼자 올라탄 지하철 분침에 정차하는 눈 정처없이 흘러간 나 내게 할일을 알려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또 다가올 어느날에 내 하루가 쓸모있게 내가 할일을 알려줘 from : https://www.instagram.com/p/CNfYdQ_H2RD/?utm_source=ig_web_copy_link

별을 찾고 있어요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라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날 떠나간 사람들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내가 떠나보낸 사람들 나는 사랑하지 않았어요. 맑은 하늘에 눈부시게 빛나서 빨갛게 타올랐지만 뜨거운 이 내 마음을 버리고 떠났어요. 어두운 하늘에 쓸쓸히 빛나면서 오롯이 비춰줬지만 차가운 이 내 마음이 못 버티고 떠나보냈어요. 아직도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어요. 아직도 나는 저 하늘에서 나를 위한 빛을 단 하나의 별을 찾고 있어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B90PE2oHCrL/?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