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225

슬픔

지금의 나는 모르는 누가 다치더라도 슬퍼할 거야. 언젠가의 나는 아는 누가 다쳐야지만 슬퍼할 지도. 또 언젠가 나는 옆에 누가 다칠 때에만 슬퍼할 수도. 정말 언젠간 나 아닌 누가 다치더라도 몰라 할 거야. 점점 무뎌져.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해져. 받아들여져. 난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날 위해 슬퍼해줄 수 있을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CAzSt7wnyHc/?utm_source=ig_web_copy_link

우물

정말로 이 우물은 나에겐 깊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소용이 없다. 아무런 형태조차 보이지 않아. 아무리 고함쳐도 소용이 없다.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저 아래에 정말로 누군가를 위한 물 한 바가지 있을까. 떨어진 돌멩이는 그 깊음을 알텐데 그것도 모르는 나는 왜 하염없이 바라보고 소리치고 있는 걸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B-52U60H8h1/?utm_source=ig_web_copy_link

고뿔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너 때문이 아니다. 쥐뿔도 없는 내가 끙끙 앓고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다. 약도 없이 돈도 없이 헐떡이는 것도 다 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참견하지 마라. 그러니 상관하지 마라. 시답잖은 방 안에서 시답잖게 죽어가도 너는 그냥 떠나가라. 괜히 돌아보지 마라. 너 때문이 아니다. 난 네가 오기 전부터 고뿔을 앓고 있었다. from : https://www.instagram.com/p/B-idfQqnzZ2/?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