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Europe_2013_여름

자연이란 낭만, 노르웨이 - 4(송달)

neulvo 2021. 4. 14. 00:19

쉐락 볼튼 이후에는 송달(Sogndalsfjøra)로 갔다.

그런데 내가 시간을 잘못 계산한 건지

페리 출발 시간보다 늦게 버스가 경유지에 도착했다.

 

그때가 거의 11시? 12시가 됐던 걸로 기억한다.

진짜 깜깜했고 동네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놀이터 일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왜냐면 난 이방인이고 혼자지 않은가. 좀 쫄렸다.

그래서 바로 어쩔 수 없다. 하고 가까운 호텔로 들어갔다.

정말 비쌌다.

배낭 여행 내내 호스텔을 전전했던 나였기에 호텔 가격은 충격이었고 부담이었다.

그래도 리셉션 알바가 친절하게 대해주더라.

노르웨이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너무 멋있고 너무 예쁘고 그랬다.

내가 엄청 지치고 꾀죄죄했기도 하다. 동정을 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 다음 날 아침 식사 때

내가 아침 뷔페를 이용하고 다 먹은 접시를 치우니까

호텔 알바들이 날 감동의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원래 손님은 놔두고 가는 게 보통이었고

식당 한 쪽 끝에 애들이 식기를 치우는 곳이 있었는데

내가 그곳으로 식기를 들고 가니 나를 정말 좋게 봤었다.

나는 착한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송달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심심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송달에서 빙하를 보거나 오로라를 보는 루트로 빠질 수 있었는데

내가 갈 때에는 비수기여서 버스가 운행을 안했다. 그게 유일한 아쉬웠던 점. 

호수 구경하고 자연 구경하면서 쉬었다.

이전 여행들이 꽤나 빡쎘기 때문에 그래도 됐다.

 

그리고 여기 송달에서 흑역사를 하나 만들었는데

바로 이거다.

이게 뭔지 감이 오는가?

중학생 때 계발활동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던 나는

라자냐 그때 해봤지. 쉽지. 이런 오만한 생각을 했고

옆에 지나가던 할머니한테 물어서

마트에서 노르웨이어로 설명된 라자냐 키트를 샀었다.

그런데 문제는 면도 안 삶고

그냥 전자레인지에 30분을 돌려 버린 것.

그랬더니 플라스틱 포장이 녹고 안에서는 불(?)이 보이더라.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결국 사진과 같이 라자냐는 벽돌보다 못한 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지금 다시 보니까 심지어 오븐에서 조리하는 거였다.

어쩌겠는가. 내가 오만했다.

그래도 당시에 한국인 커플이 주방에 와서 소시지를 얻어먹었다.

 

진짜, 여행 막무가내로 했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니었으면 진짜 어떡했냐...

 

송달(Sogndalsfjøra),  사건 사고로 재미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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