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Europe_2013_여름

파리, 미학 안에 담긴 낭만 -1 (개선문)

neulvo 2021. 4. 26. 23:19

낭만이란 단어가 파리와 함께면

조금 진부한 감이 있어

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파리는 낭만의 도시다.

낭만하니 이탈리아도 떠오르는데

둘의 분위기는 다르니까

여기선 파리와 함께 쓰겠다. 용인해주면 좋겠다.

 

 

파리는 거의 일주일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해보라하면

개선문 올라간 일과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일

그리고 루브르에 간 일밖에 생각이 안 난다.

많은가?

일주일에 비해선 에피소드가 적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대부분의 시간을

루브르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노르웨이 이후에는

이렇다 할 여행 계획이 없기도 했다.

자유 여행이었다.

그리고 무거운 배낭 여행 ㅠ.

 

파르크 데 프랭스. 사진 끼워넣기.

루브르에 왜 이렇게 시간을 많이 들였냐 하면은

원래 예술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파리에서 들은 말 중에

루브르 박물관을

절대 며칠 내에 다 돌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이 있었는데

그게 나의 이상한 승부욕을 자극했다.

자, 그럼

 

개선문을 올라가 보자.

 

이런 티켓을 끊으면

 

바로 올라와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도 다 보이고

파리의 모두는 아니지만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정말 계획이 없어서

그냥 개선문 올라가봐야지.

하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올라가고 나니까 그냥 멍하더라.

없던 계획이 갑자기 생기진 않았다.

그래서 뭐, 죽치고 앉아있었지.

 

에펠탑이 저녁 되면은 불 들어온다길래

계속 기다리다가 짤랑짤랑

불이 들어오는 것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별 건 아닌데

옆에서 불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이

와!

하니까 덩달아 신났다.

 

저녁이 되나 싶더니

밤이 정말 빠르게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만난 백인 노부부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달까.

 

어떻게 시작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샌가 나는 한 백인 노부부와

개선문 위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도 관광 온 사람들이었다.

어디서 온 지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무슨 밴드의 콘서트인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다.

 

두 분의 금술이 좋아보여서

대화하는 게 그냥 즐거웠다.

 

아, 미국이었나?

그렇다. 미국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은 우리 셋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다른 미국인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던 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미국 지역 얘기와

이런저런 문화 얘기를 하였고

어느새 들러리가 된 나는 옆에서

오~ 하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던 건

우리 패거리가 점점 커졌다는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큰 원을 그리고선

서로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광경이 나는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거기 껴있는 것도 참 재밌었다.

 

우리는 신나게 얘기를 하다가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고선

사진을 찍으러 부리나케 흩어졌다.

 

저녁 이후로는 파리의 젖은 밤을 멀뚱히 구경했다.

이상하게 그냥 좋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