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란 단어가 파리와 함께면
조금 진부한 감이 있어
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파리는 낭만의 도시다.
낭만하니 이탈리아도 떠오르는데
둘의 분위기는 다르니까
여기선 파리와 함께 쓰겠다. 용인해주면 좋겠다.
파리는 거의 일주일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해보라하면
개선문 올라간 일과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일
그리고 루브르에 간 일밖에 생각이 안 난다.
많은가?
일주일에 비해선 에피소드가 적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대부분의 시간을
루브르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노르웨이 이후에는
이렇다 할 여행 계획이 없기도 했다.
자유 여행이었다.
그리고 무거운 배낭 여행 ㅠ.
루브르에 왜 이렇게 시간을 많이 들였냐 하면은
원래 예술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파리에서 들은 말 중에
루브르 박물관을
절대 며칠 내에 다 돌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이 있었는데
그게 나의 이상한 승부욕을 자극했다.
자, 그럼
개선문을 올라가 보자.
이런 티켓을 끊으면
바로 올라와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도 다 보이고
파리의 모두는 아니지만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정말 계획이 없어서
그냥 개선문 올라가봐야지.
하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올라가고 나니까 그냥 멍하더라.
없던 계획이 갑자기 생기진 않았다.
그래서 뭐, 죽치고 앉아있었지.
에펠탑이 저녁 되면은 불 들어온다길래
계속 기다리다가 짤랑짤랑
불이 들어오는 것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별 건 아닌데
옆에서 불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이
와!
하니까 덩달아 신났다.
저녁이 되나 싶더니
밤이 정말 빠르게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만난 백인 노부부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달까.
어떻게 시작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샌가 나는 한 백인 노부부와
개선문 위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도 관광 온 사람들이었다.
어디서 온 지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무슨 밴드의 콘서트인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다.
두 분의 금술이 좋아보여서
대화하는 게 그냥 즐거웠다.
아, 미국이었나?
그렇다. 미국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은 우리 셋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다른 미국인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던 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미국 지역 얘기와
이런저런 문화 얘기를 하였고
어느새 들러리가 된 나는 옆에서
오~ 하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던 건
우리 패거리가 점점 커졌다는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큰 원을 그리고선
서로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광경이 나는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거기 껴있는 것도 참 재밌었다.
우리는 신나게 얘기를 하다가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고선
사진을 찍으러 부리나케 흩어졌다.
저녁 이후로는 파리의 젖은 밤을 멀뚱히 구경했다.
이상하게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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