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Russia_2018_봄-여름

러시아 생활기 7편, 국제 여성의 날 & 전자 상가 썰

neulvo 2024. 11. 27. 21:36

이 날은 러시아의 한 푸드 마켓을 간 날이었다.

아래에 시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시장을 들어간 기억은 없지만,

이 마켓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억이 난다.

2층으로 되어있었고 또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나는 빠에야와 피자를 시켜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취향은 한결같은 것 같다.

 

이때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갔었는데,

그날이 또 국제 여성의 날이라서 입구에서 여성들에게 꽃을 나눠주고 있었다.

마켓 차원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였던 것 같았다.

같이 간 여학우들이 꽃을 받아서 무척 좋아했었다.

 

국제 여성의 날이라는 게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렇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인상이 깊었었다.

 

사진을 살피다 보니까 축구 사진이 꽤 있는데

아무래도 모스크바에 살았다 보니까

축구를 밤새지 않고 챙겨볼 수 있었다.

시차가 거의 없어서 맘 놓고 봤었다.

같이 볼 친구가 없었다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며 지냈다.

 

아쉬우니까 하나 더 썰을 꺼내 보자면은,

이 날은 기숙사 와이파이가 느려서 그리고 이어폰도 맛이 가서

와이파이도 구하고 이어폰도 사려고 전자 상가를 찾은 날이었다.

위치는 찾아보고 갔던 거 같은데 지나가다가 봤던 것일 수도 있다.

 

이 날의 기록을 보니까 조금 재밌는 일화가 있어 아래 적어보겠다.

 

이 날 이어폰을 사러갔을 때, 가게 직원이 영어가 조금 되는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이 내가 이어폰을 산다고 하니까 찐으로 살 거냐 아니면 짭을 살 거냐 물어봤었다.

그때 나는 곧바로 짭을 산다고 했는데,

이 직원이 짭은 금방 망가진다고 오리지널을 사라고,

이게 2천 루블인데 자기는 1천 5백 루블에 준다고 했었다.

이미 이 흥정부터 의심스러웠지만,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어차피 어딜 가나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

나는 그냥 그 가격을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이어폰을 껴보니까 이어폰이 고장난 것이 아닌 연결잭이 문제였던 것이었고,

나는 다시 그 직원에게 가서 잭이 문제였다고 잭은 얼마냐고 물어봤었다.

직원은 또 1천 5백 루블이라고 하였고 이번에는 할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1천 1백 루블 뿐이었고,

나는 이거라도 안되냐고 약간은 매달리며 물어봤었다.

 

이미 한 번 거래를 해서인지 나를 안쓰럽게 봐서 그랬던 건지

직원은 다른 직원들과 가격에 대해 상의를 하였고,

단돈 1천 1백 루블에! 잭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직원은 자신을 잊지 마라면서 나에게 얘기를 하였고,

나는 뭔가 흥정에 성공한 듯한 느낌을 가진 채 기분 좋아하면서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쎄했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내가 지불한 돈 2천 6백루블, 거의 한국 돈으로 5만원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잭과 아이폰을 합쳐서 3만 5천원에 팔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였다.

 

물론 인터넷 쇼핑이라 가격은 더 쌌겠지만 뭔가 분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어느 정도 덤태기를 예상했었는데 결국 그것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뭐, 그래도 물건을 구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분했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전자 상가를 나왔다는 그런 기록이었다.

 

전자 상가에서 먹은 음식은 중국 간편식이었고,

맛은 잘 기억나지 않고 푸드 코트에 올라가서 먹었던 기억만 난다.

사람은 그닥 많지 않았다.

 

뭔가 좀 더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일화인가 싶긴 한데,

그럴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정도로 만족하고 마무리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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