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미술전 후기

[2024 / 더현대] 서양 미술 800년展

neulvo 2024. 7. 22. 12:21

 

더현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인

서양 미술 800년 전을 다녀왔다.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와 함께하는 전시라고 한다.

 

전시에 대한 개괄적인 감상을 먼저 얘기하자면

서양 미술사의 굵직한 흐름 아래에서

갤러리가 보유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였는데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 것은 좋았으나

작품의 수나 컬렉션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서양 미술 800년을 담았다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모두가 알만한 명작만이 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전시에 있어서 그런 요소가 적었다는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을 만한 대목이다.

티켓값도 2만원 씩이나 하니까

그에 걸맞는 퀄리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보러 더 현대를 방문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더 현대에 가는 김에 보는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비싸긴 비싸다.

 

하나 좋았던 것은 전시작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붓터치라든가 표현 방법에 대해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됐다.

정물화와 인체 효현을 집중해서 보았다.

 

전시에 처음 입장하면 여러 장의 종교 그림을 볼 수 있다.

템페라로 그린 작품들인데

템페라 그림 특유의 원색적이고도 고운 표현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유화를 사용한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들이 있었다.

역시 종교 그림들이 대다수였고

조금 더 사실적인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야코포 다 폰테, 참회하는 성 히에로니무스, 1585-1591

다부진 체격의 마른 노인과 해골 그리고 십자가가 주제인 그림이다.

노인의 수염과 옷감에 드러난 거친 표현과

노인 오른쪽 팔뚝의 피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프란체스코 그라니치, 띠를 손에 쥔 성모 마리아와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 성 토마스, 성 프란체스코 그리고 성 율리아노, 1506년-1515년 경

성모 마리아가 띠를 건네는 종교적 의미가 담긴 그림이다.

성경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성모를 떠받치고 있는 세 아기 천사들이 조금 기괴하단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두드러진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위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인물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빛과 질감 표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서도 상상해보면서 머릿속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었다.

 

아르테미시아 젤틴레스키,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25-1630년 경

이 역시 빛의 표현이 잘 담긴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서 관능미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아래에 해골을 끼고 있어서 조금 섬칫한 느낌이 있다.

 

니콜라 푸셍, 아폴론과 다프네, 1625-1626년

아폴론의 구애로부터 도망치던 다프네가

월계수 나무로 변하는 내용의 유명한 설화를 담은 그림이다.

당시에 이 설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도 많이 접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담지 않고

그녀 주변에 월계수를 배치하여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회색 돌판 위에 과일들이 배치된 정물화이다.

다른 작품보다 더 오래 관찰하였는데

작품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서

포도 알갱이나 사과, 석류 알갱이들의 표현을

자세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갱이 표현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터치가 있었다.

전체적인 색감의 첫 터치와

안쪽의 어둠을 담는 다음 터치

그리고 빛을 받는 쪽의 대비되는 터치

이렇게 세 가지 터치가 주요했다.

그 다음에는 베네치아의 막대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한

건축 풍경화인 '베두테' 작품들과 풍경화들이 자리했다.

 

가스파르 반 비텔, 일명 반비텔리,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1707

위 작품은 정말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콜로세움 안에도 사람들을 정교하게 그려넣었고

그 주변의 마을이나 사람들도 정말 섬세하게 작업이 되어있었다.

아래 사진은 위 작품의 왼쪽 부분을 확대해서 찍은 것이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작가가 얼마나 이 그림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그의 높은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정말 경탄스러운 수준이다.

 

안토니아 카날, 일명 카날레토, 말게라 탑, 1740년대 경

위 그림은 지금은 없어진 베니스의 말게라 탑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다.

대비가 분명해서 눈에 들어왔으며 색감 또한 선명해서 좋게 느껴졌다.

구름의 표현을 배웠고 탑을 주변으로 한 목가적 풍경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다음으로는 고전주의와 사실주의가 주제였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미학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던 시기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장 바티스트 우드리, 라퐁텐 우화 속 어부와 작은 물고기, 1739

처음부터 바로 관능적인 그림이 나왔다.

표범의 가죽이 남자의 몸을 감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그를 비추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져

남자의 매력을 더 높여주는 작품이었다.

주의 깊게 본 것은 물고기와 수풀 그리고 남자의 인체 표현이었다.

 

대머리 아저씨와 그의 얼굴 표현.

이렇게 표현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게 이번 전시의 장점이었다.

요새 드디어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의 차이를 깨닫고 있는데

그 이해를 더 높여주는 작품이었다.

 

다음으로는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섹션이었다.

초상화 및 인상적인 장면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됐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테레즈 프라이프라우 폰 베트만의 초상, 1850

이름이 정말 긴 여인의 초상이다.

이번 전시의 썸네일을 장식하는 그 그림이다.

이번에 주목한 것은 옷감의 표현이었다.

피사체를 먼저 그린 다음에

오일을 많이 써서 하늘하늘한 옷감을 표현하였다.

옷감이 뭉치는 부분과 풀리는 부분을

잘 캐치하는 것이 이런 재질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것 같다.

 

윌리엄 비치 경, 제임스 램지 쿠퍼, 1791년 경

이 그림 또한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이다.

소년의 풋풋하고도 다부진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이런 그림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다면

나의 뿌리 같은 느낌이랄까

가문에 대한 공경과 애착의 마음이 더 생길 것 같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 말년의 작품도 있었다.

자신의 고향 마을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스토리가 어느 순간부터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난해하지만 보기에 좋은 현대 작품들이 그 뒤를 이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두점이 있었는데

블랙 핑크는 좋았지만 나비를 직접 박제해 넣고

그 위에 채색까지 한 것은 조금 그랬다.

해골은 그의 유명한 주제인데

죽음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다 이해하진 못할 것 같다.

 

어느새 끝이다.

이번 전시도 나름의 배울 점이 있었고

또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이후 일정이 있어서 백화점 구경까지는 못했는데

여유 있을 때 와서 백화점 구경하고

전시도 보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았는데 못 먹어서 아쉬웠다.

다음에 갈 날을 기약해야겠다.

 

감사하다.

아래는 티켓 링크이다.

전시는 24년 9월 18일까지 진행한다.

 

인터파크 티켓

 

tickets.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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