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미술전 후기

[2024 / 예술의 전당] 베르나르 뷔페, 천재의 빛 : 광대의 그림자

neulvo 2024. 5. 20. 01:14

 

 

베르나르 뷔페

2024-04-26(금) ~ 2024-09-10(화) <br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제3전시실<br />(주)한솔비비케이

www.sac.or.kr

주말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베르나르 뷔페 전시전에 다녀왔다.

베르나르 뷔페는 잘 모르고 있었고

작품 소개에 나온 광대 그림 또한 내 취향과는 멀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품지는 않았었다.

하나의 세계를 배운다는 느낌으로 예매하였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오후에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은 조금 무거웠다.

 

베르나르 뷔페는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찰,

'내던져진 존재'에 대한 화상을 잘 표현한 작가였다.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였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8천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하니 정말로 대작가이다.

 

사실 전시장에 도착해서도 그림만 놓고 봤을 때의 감상은

티켓을 예매하면서 느낀 첫 인상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배경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니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집중했던 것,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눈에 보였고

그의 현실과 감정이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의 세계관에 동조하진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bernard buffet rale et broc - Google 검색

Bernard Buffet,... www.spectacles-selectio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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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가오리와 물병 그림이었다.

검색의 첫 이미지는 가재 그림이지만

그 또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베르나르 뷔페가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다는 것,

형태에 집중하고 구상화를 고집했다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하였고

그가 여건에 상관없이 계속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어느정도 감동을 했었다.

가오리 그림은 여건에 상관없는 그의 부단한 노력과

그의 형태에 대한 고찰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대상을 나타내는 데 집중을 하였다.

물체들을 평면적으로 표현하였고

그 테두리를 거칠게 강조하였다.

대상에 대한 그의 집착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가 느낀 스트레스 또한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가오리 그림에서는 비교적 강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이어지는 정물화나 풍경화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광대 그림에서도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면이다.

 

 

bernard buffet le salle de bain - Google 검색

THE MOVE 모바일 사이트, 존재하기 위해... m.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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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베르나르 뷔페의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묘사를 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자연스레 인간 실존에 대해 고민하였으며

자신의 이해를 성별도 불분명한 팔다리가 가늘고 생기가 없는 우울한 표정의 대상으로 표현해냈다.

작가의 우울을 담은 그림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시대를 잘 반영하였고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사실 그의 그림에서 인물의 성별이 불분명한가는 잘 모르겠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괴하고 건조한 인물 표현이었으며

그림을 보며 진격의 거인이 생각이 났었다.

진격의 거인의 시대상도 유사한 면이 있으니

여기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때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결국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 것인가'였다.

베르나르 뷔페는 예민한 사람이었고 시대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가 느낀 감정들을 거침없이 표현하였는데

그게 그의 배경을 잘 반영하고 있었고

그것을 벗어난 무언가를 그의 그림에서 상상할 순 없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사람은 시대의 반영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인간의 의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어지고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부차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bernard buffet tete de clown - Google 검색

flat,750x,075,f-pad,750x100... www.redbub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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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의 광대 그림에서도 비슷한 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공연 문화가 활발하던 시기에

광대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으려 했던 것은

어느정도 클리셰적인 면이 있다.

정말로 광대가 분장을 하는 것이 인간을 대변할 수 있을까

짐짓 당연한 연결로 보이지만

광대를 제대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광대의 속성에 기대 일차원적인 연결을 한 게 아닐까

표면적인 이해에서 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광대와 서커스 그림들을 보며

내가 본 것은 노동자의 모습,

공연 예술 문화의 성행 속에서 일과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그가 그 자신을 잃어버렸는가는 또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베르나르 뷔페의 인물 표현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것이 의도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고

그가 이해를 바탕으로 그렸는지 또한 불분명하다.

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다크 나이트를 재밌게 보긴 했지만

광대 소재 자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어쩌면 내 기호 때문에 불평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bernard buffet annabel - Google 검색

Annabelle, 1959, 165×195 cm... arth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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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그의 뮤즈였던 아나벨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아나벨의 초상화는 그나마 밝은 표정의 그림이었다.

그마저도 무표정이긴 하지만

우울하고 냉소적인 표정의 다른 그림들에 비하면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시점이 그림에 반영되었던 것 같다.

그의 인생의 사랑이었다고 하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베르나르 뷔페는 정말로 그림에 모든 것을 가감없이 담았다.

그의 감정, 그의 스트레스 모든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뚜렷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해석에 대해서는

뭐라 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나벨 그림만큼은 사랑을 담아 그렸다는 것이 분명했다.

 

 

 

bernard buffet squelette en priere - Google 검색

Bernard Buffet, revealed |... parisdiarybyla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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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의 죽음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에 파킨슨 병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어려워진 때에

그는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낸 뒤 검은 봉투에 자신의 사인을 쓰고

그것을 쓰고 죽었다고 한다.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 그 답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을 못 그리게 되는 걸 정말로 용납할 수 없었나보다.

하지만 그가 죽음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우울하게 생각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표현은 그렇게 하였다.

해골들의 모습은 의외로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고

재밌는 구석도 가지고 있었다.

팬티를 쓴 모습이나 장기를 지니고 있는 모습 등

색다른 표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담겨있는 그림들이었다.

인생 말년이란 정말로 무서울 것 같다.

나이가 든 뒤에 자신을 다스리는 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또 전시전 하나를 다녀왔다.

최근엔 시간이 남을 때 최대한 많이 다녀오려고 했었다.

앞으로도 그것을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작품을 그리기 전에 영감을 많이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림 보는 게 재밌고 좋으니까 그렇게 했었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들이었고

내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또한 만족스러운 포인트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지.

그럼 이렇게 마무리짓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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