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Europe_2015_늦여름

고향 가는 느낌, 독일(뮌헨, 퓌센)

neulvo 2022. 6. 29. 17:10

유럽 여행을 갈 때마다

독일은 거의 빼먹지 않고 들렀던 것 같다.

왜 그랬냐면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곳에서의 기억이 좋았어서 다시 가게 되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독일은 동선 짤 때도 들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니까.

 

도착한 첫 날 먹은 식사다.

점심 저녁으로 먹은 것 같다.

1층에 펍이 있는 뮌헨 유스호스텔에서 숙박을 했다.

아마 이 날 저녁에는

자기가 한국에 갔다온 적이 있다고 한

독일 형을 펍에서 만나서 얘기하다가

그 형 친구랑 또 같은 펍에서 만난 여성 분들이랑 같이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어디서 왔냐 왜 왔냐 또 어떤 일을 하냐 이런 얘기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성 분들은 독일 사람은 아니었고 돈을 벌러 왔다고 했던 것도 같다.

그때 제대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군인이었다고 얘기했던 기억도 난다.

저녁에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준다고 하고 또 실제로 데려다주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위험했던 것 같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었고 밤공기가 시원했었다.

 

다음 날에는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됐다고 하는

노인슈반스테인 성을 보러 퓌센에 갔다.

근데 이 날의 나는 정말 생각이 없었다.

그 성을 꼭 보겠다는 생각도 없긴 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성에 어떻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지도도 보지 않았고 그냥 발 닿는 대로 걸어가기만 했다.

 

그러다가 자전거 탄 사람들을 따라가고

길거리에서 호박을 파는 사람들을 지나

 

독일 감성의 천하대장군을 지나

(와 이거 다시 보니까 천하 대장군 눈을 피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정처 없이 걷다가

사람이 점점 한적해지더니

 

동네 공원(?) 호수에 다다르게 되었다.

 

보다시피 동네 사람들이 휴양오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쨍쨍했다.

이미 이때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긴 했다.

그래도 나는 그냥 여유를 즐겼고

또 이런 생각지 못했던 만남(?)을 즐겼다.

 

본격적으로 숲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모하고 용감했다.

둘이 같은 말인가 또 모르겠다.

 

생각 이상으로 많이 걸었다.

물이라도 좀 마시고 싶었는데

가게나 물을 팔만 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흔적들은 보였는데

사람은 어디간지 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찾기까지 또 한참을 걸었고

그 끝에 요트 선착장에서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물은 구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대자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억지로라도 즐기지 않고선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자연이다.

풍경이 예쁘니 어떻게 찍어도 예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드디어 다시 만난 사람의 흔적과

드디어 만난 사람들

한적한 공간에서 휴양을 즐기는 모습이다.

어디든 유명한 곳은

북적거리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딴판인 모습이다.

이렇게 지인들하고만 즐길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이 있었음 좋겠다.

 

지나가는 길에 카페를 찾아서

마실 걸 샀던 것 같다.

물과 오렌지 주스를 사서 마신 기억이 난다.

그런데 기억이 희미하다. 불분명하다.

마을 한 편에서 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짜로 시골로 와버린 것 같다.

 

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페이스북 위치는 Roßhaupten 라는 도시로 찍혀있다.

아래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

여긴 어딘가
나는 분명 무슨 성본다고 퓌센에 왔는데
걸어서가려다가 자전거타는 사람들 따라 무작정 와보니 시골이네...
갑자기 소 나올 때 발길을 돌렸어야했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여정을 계속 하였다.

하늘은 파랗고 초록을 푸르렀다.

 

그래도 주변이 예뻐서 다행인데

아마 저 다리 밑을 지났을 때 즈음엔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리 밑을 지나 새로운 마을을 마주하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해외 데이터 로밍 하루치(?)를 사서

지도를 보고 주변에 연락을 취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사실 상황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왔던 길을 조금 다르게 되돌아가면서

소들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아까 핸드폰 데이터를 구매하면서

생각보다 멀리 오지 않았음을 알게 됐었던 걸까

이때는 마음이 조금 여유로웠던 것 같다.

 

돌아가는 길에 가게를 찾아서

술과 콜라를 사 마셨다.

저 술은 되게 진득했고 아카시아 느낌(?)의 향이 났다.

씁쓸하고 텁텁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숲을 지나서 처음 만났던 마을을 다시 마주하였다.

이전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모습이다.

날씨도 조금은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숲을 지나 퓌센으로 돌아왔다.

너무나도 긴 여정이었다.

아직 독일 일정이 하루 더 남아있는데

중간에 끊을 곳을 찾지 못해서 계속 써내려왔다.

글 자체는 길지 않은 것도 같다.

퓌센 도착했을 때 즈음엔 도시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차가 남아있었고

그 기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 다녀간 독일 형하고 여성 분들을 만났던 게 이날 저녁이었나 약간 헷갈린다.

 

다음 날은 조금 늦게 일어나서

도시 주변을 걸어다녔다.

이전 여행 때 봤던 곳들을 다시 보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아 이 날 아침에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한다고 해서

뮌헨과 레버쿠젠의 축구 경기를 볼까하다가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러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는 지하 통로를 지나가기도 했다.

 

맨 왼쪽 위의 기계는

재활용 병이나 플라스틱을 넣으면 돈을 환급해주는 기계다.

역시 이게 선진국인가 하면서 신기해 했었다.

계속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계획이 없었고 그냥 산책이나 하고 싶었다.

공원 주변을 계속 걸어다니고 또 쉬고 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맥주 투어를 떠났다.

떠올리면 아찔한 기억이다.

그날 오후에 호스텔 아래의 펍에서 맥주 투어를 한다고

신청자를 받길래 신청하고 참가하게 된 투어였다.

투어 중에 발생하는

어떠한 상해나 손해에 대해서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웨이버를 작성했었다.

그땐 조금 무서웠었다.

산책을 다녀온 후 숙소에서 마저 쉬다가

맥주 투어를 떠나려 내려왔었는데

그때 프리 드링크라고 펍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쿠폰 2장을 주길래

냅다 좋다하고 바로 마셔버렸다.

사람들이 다 모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동안 마셨다.

그러니까 이미 500ml 두 잔을 마신 상태였다.

맥주 투어는 생각해보면 구성은 되게 알찼던 것 같다.

뮌헨 내의 유명한 맥주 가게들을 돌아다녔는데

정원 같이 되어있는 레스토랑도 있었고

마지막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은 바에 가기도 했었다.

사실 그 두 공간의 기억이 강렬하다.

정원 같이 되어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 투어를 참가한 다른 사람들과 친해졌었는데

이때 맥주를 1L 짜리 마신 게 화근이었다.

무튼 이때까지는 엄청 즐거웠었다.

그 후로도 즐겁긴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맥주를 마시며 미군 형들과 스웨덴에서 온 부부(?) 커플(?)과

얘기를 하고 친해졌었다.

맨 왼쪽의 사진이 스웨덴 형이 준 스웨덴 타바코인데

티백 같은 것에 들어 있는 타바코를

혀 아래에 넣고 그 물을 빠는 것이라고 했다.

같이 투어를 온 독일 친구가

타바코해서 high 하냐고 묻길래

맥주랑 타바코랑 같이 해서 high high 하다고 했었나

무튼 겁 없게도 매우 신나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정원 같은 레스토랑을 나오는 순간부터

다리가 휘청거렸던 것 같다.

중간 사진에 나온 것처럼 조금 어두워진 거리를

투어 온 사람들하고 같이 돌아다녔고

마지막 가게에 들어선 후에

스웨덴 형인가가 맥주 하나를 주면서

This is for you 이러길래

그 전에는 거절하다가 그 소리 듣고 그럼 또 마셔야지 하고

마신 후에 영화에서 본 것처럼

화면이 하늘 위로 올라가면서 필름이 끊긴 기억이 있다.

그 다음 기억은 내가 숙소에서 토하고 깨어난 것이고

투어 가이드가 화를 내면서

손해 보상이랑 시트비랑 요구했던 기억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는데 일단 돈은 꺼내줬었다.

옷이랑 시트랑 다시 정리를 한 후 잠에 들었다.

너무 솔직하게 적은 건 아닌가 모르겠네.

 

다음 날 아침에 숙소에서 내려오니까

미군 형들이 나를 반겨주더라.

자기 친구들 만나면 내 얘기할 거라면서

Korean crazy man 이라고 놀려댔었다. 좀 부끄러웠다.

자중하는 게 어려웠었나 보다. ㅠㅠ

그리고 숙소에서 한국인 남자애를 만났다.

덕분에 한인 식당에 가서 해장을 하고

저녁엔 케밥인가 샤우루마인가 비슷한 걸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남자애는 사진에 필터 넣는 걸 취미로 했었는데 오후에 같이 걷다가 헤어졌었던 것 같다.

언젠가 뮌헨을 또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뮌헨에서의 기억은 너무나도 아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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