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회고

neulvo 2022. 6. 24. 17:16

작년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이후로 거의 6개월 만의 글이다.

중간 중간 글을 써야겠다.

또는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 취업 준비와 전시 작품 준비를 핑계로 미뤄왔다.

써두고 싶은 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생각나질 않는다.

아무튼 작년 만큼이나 올 상반기 또한 매우 치열하게 살아왔다.

 

설날 연휴 기간에

예전에 같이 인공지능 교육을 들었던 친구한테서 연락이 와서

캐글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고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자체는 컴퓨터 자원의 한계로

잘 마무리 짓지도 못했고 좋은 성과도 거두지 못했지만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Hugging Face를 알게 되었고

또 그 사이트의 Course 내용들을 정리하기도 했었다.

돌고래와 고래의 등지느러미로 개체를 분류하는

캐글 대회에도 혼자 참여해서 대회 코드를 분석하기도 했었다.

오랜만에 코딩을 해보니 재밌었고 또 적성에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를 파고들고 연구하는 것이 나는 즐거웠다.

그래서 며칠 열심히 하다가 하루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ㅋㅋㅋ

 

하지만 그 후로는 무언가 새로운 걸 하지 못하고 취업 준비에만 열중했다.

칼을 뽑았으니까 끝장을 봐야지!

(물론 그림도 계속 그렸고 보태닉 전시회 작품 준비도 계속 하였다.)

서류를 접수, 코딩 테스트, 과제, 면접 등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다.

진짜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결과는 잘 안됐다.

왜 안됐을까 생각해보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살았으니까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먼저 취업을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이미 말했듯이 답답함이 그 이유였다.

졸업 후에 취업에 실패하고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여러가지 활동을 해보면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뚜렷하게 나아갈 길이 보이지는 않았다.

나도 남들처럼 남들과 같이 일하고

또 남들처럼 가정을 꾸려서 소박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이 멀게만 느껴졌고

또 나 혼자 정체되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느낌을 깨고

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취업을 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관심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싫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업자득? 자승자박인 건가 싶기도 하다.

근데 또 내가 인공 지능 분야 취업이 이렇게 힘들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 분야를 선택한 건 이미 7년 전 일이다.

 

안되는 걸 계속 하려는 내가 문제인 건가

따져보면 억울한 부분이 내 입장에선 꽤나 많다.

회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그렇지. 어쩔 수 없는 입장 차이가 있는 거다.

나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살았는데

그 최선이 그들의 최선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최선에 나의 최선을 맞춰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나는 그게 또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안 되는 건가 나에겐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도 옛날엔 스스로를 탓하고 스스로를 압박했었는데

또 그래서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엔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어서 이전처럼 많이 힘들진 않다.

그냥 내가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닐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고 있다.

스트레스를 안 받진 않지만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뭐 그럭저럭 넘길 만은 하다.

말했듯 그들의 최선에 내가 부합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나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으니까

내 잘못만으로 취업이 힘들고 또 내가 힘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있을 순 있지만

다 내탓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떨어진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마음이 많이 쓰인다.

 

그래도 여기서 좌절하고 싶지는 않다.

블로그에 이전부터 정리해두고 싶던

여행기라던지

또 철학에 관련된 얘기라던지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 의외의 것들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시간을 들여 계획을 세우고 또 실행해 나가야겠지만

아직 할 수 있는 것도 또

발전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취업 준비라는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은 것도 많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잘 살려서

앞으로 또 나아가야지.

맞아.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기 보다는

변화를 스스로 조금이라도 만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또 전시 작품을 완성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으니까

기죽어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화이팅이다.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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