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Europe_2013_여름

뜻밖의 즐거움이 있는 곳, 독일 -1 (도르트문트)

neulvo 2021. 5. 10. 00:58

이 사람을 아는가?

그렇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다.

 

위 사람은 바로

현 리버풀 감독이자

전 도르트문트 감독인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2013년 군 입대 전의 유럽 여행

나는 정말로

가고 싶은 데만 갔다.

 

첫 유럽 배낭 여행을

비행기 타고 돌아다닌 사람은

진짜 얼마 없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나다.

 

2012-2013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전에서

말도 안 되는 경기력으로

레알을 잡고 결승으로 올라갔던

도르트문트.

그 후에 뮌헨에 져서 아쉽게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나는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경기를

정말 감명 깊게 봤고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도르트문트를 방문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방문을 했다.

아마 도르트문트에 도착한 첫날

지그날 이두나 파크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도르트문트 시내의

호스텔에서 숙박을 했다.

남녀 혼용방을 썼는데

시내에 사람이 없어서

잘하면 혼자 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망상을 했었다.

 

그리고 그 망상은 뒤이어 들어온

독일인 친구들에 의해 깨졌지.

 

남자애 한 명에 여자애 두 명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괜히 남녀 혼용을 했나 싶었다.

 

그런데 애들이 착하더라.

고등학생들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걔네들은 무슨 칼라 페스티벌인가

색깔이 든 가루를 뿌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도르트문트에 왔다고 했다.

 

실제로 저녁에 다시 만났을 때 

애들이 형형색색의 가루들로 뒤덮혀 있었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

페이스북 친추도 하고

다음날 아침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학교 얘기도 하고

장래 얘기도 했는데

나름 재밌었던 기억이다.

 

뜬금 없는데 이건 거기서 먹은 케밥

케밥을 아마 처음 먹었던 때일 거다.

솔직히 케밥 맛있는데

이후에 여행하거나 러시아에 있을 때

종종 먹다보니

이제는 좀 물린다.

러시아에서는 샤우루마라는 걸 더 많이 먹었다.

 

다시 도르트문트 얘기로 돌아오자면

내가 정말 운이 좋았던 게

첫날 도르트문트 구장을 방문했을 때

거기에서

다음 날 이벤트 경기가 열린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이다.

 

보통 축구 시즌이 8월에서 다음 해 5월까지라

7월 초에 방문한 나로서는

경기장 구경하는 게 최선이었는데

내가 방문한 그 기간에 이벤트 경기를 한다고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우연이었다.

 

나는 그래서 다음 날

좋아하는 선수인

마르코 로이스의 (일명 개간로)

옷을 사고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스타디움으로 향했는데

정말 이 모든 사람들이 다 어디서 나온 걸까 싶었다.

첫날 봤던 도르트문트의 거리는

정말로 한산했는데

경기를 한다고 하니까

온통 사람들로 북적댔다.

 

진짜 여기 사람들은 축구에

목숨을 거는구나.

축구 경기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구나.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너무나 흥분되는 순간.

표도 구매했고

아마 맥주도 하나 들고 있었을 거다.

후...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바로 경기장 사진.

유소년 친구들이 먼저 경기를 하고 있었다.

샬케 유스 vs 도르트문트 유스,

결과는 기억 안난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스 경기를 봐주고

응원해주면

유스 친구들은 정말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후 성인 경기 사진은 없네.

 

경기 시작 전 준비 사진은 있었다.

아무래도 이벤트 경기다 보니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기억으로는

자체 친선전을 했던가

아니면

지역 유명인들과 함께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지역 리포터가 카메라를 달고

경기장에서 직접 뛰기도 했다.

 

새로 온 영입 선수들도 소개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도 맞춰 보고 그랬다.

 

나는 로이스 보고 클롭 감독 보고 좋아하고 그랬음.

 

도르트문트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응원가 따라 부르고 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응원하는 팀 없지만

그때엔 정말

도르트문트 골수팬 해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도르트문트 아주머니가

나한테 말을 건 적도 있었다.

 

나한테 두유노 카가와? 라고 했나.

아유 프롬 재팬? 이라고 했나.

 

죄다 독일인들인데

거기에 아시아인이 껴있으니

정말 신기해했다.

심지어 이벤트 매치니까

나의 희소성이 더더욱 높아져 있었다.

 

아주머니가 나한테

위 라이크 카가와 위 헤이트 괴체

라고 몇 번을 얘기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 난다.

 

카가와는 위의 사진에 나오는

도르트문트의

리그 우승과 리그 컵 우승을 견인했던

일본의 축구 선수이고

 

괴체는 앞서 말했던

12-13 시즌 결승전 전에

상대 팀인 뮌헨으로 이적하며

모든 도르트문트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짓을 했던 선수이다.

 

괴체 정말 싫어하셨는데

괴체가 월드컵 결승골을 넣은 뒤에도

계속 싫어하셨는지 갑자기 궁금하네.

 

도르트문트는 정말 추억이다.

혼자 걸어다녔던 것도

독일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논 것도

경기장에서 교민들과 같이 호흡한 것도

너무나 감사할 정도로 좋은 기억이다.

 

언젠가 또 방문한다 하더라도

또 재밌는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도르트문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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