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Russia_2018_봄-여름

러시아 생활기 20편, 러시아 월드컵 한국 vs 독일

neulvo 2024. 12. 18. 22:26

그렇다. 러시아를 다녀온 것이 절대로 후회가 되지 않는 이유.

러시아어를 선택한 것이 절대 후회가 되지 않는 이유.

바로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 독일의 직관 되시겠다.

 

처음부터 썰을 풀자면,

한국 대 독일의 조별 경기 마지막 경기가

모스크바에서 꽤 떨어진 카잔에서 열렸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카잔으로 갔어야 했다.

 

기억으로는 기차 밖에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 또한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

그런데 어차피 기차표를 찍은 거라 의미는 없었겠다.

 

카잔으로는 새벽 기차를 타고 갔었다.

기차표는 러시아에서 제공해줬던 것 같고,

미리 신청하면 받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갈 때에는 별 이슈가 없었다.

아닌가 갈때 이슈가 있었던 건가?

 

하나 기억나는 건 러시아 형님들이 모여서 술마시고 있는 방에 들어갔던 건데,

그게 갈 때였는지 올 때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그리고 좌석도 바꿔준 걸로 기억하는데

바꾼 게 러시아 형님들이 있던 방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중국인 남성과 대화한 기억이 있단 말이지.

그런데 그 날에는 별 기억이 없고,

잠만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와. 분명 좋은 기차였을 텐데도 자는 내내 불편했었다.

흔들림이 계속 있었고 소음도 좀 있었다.

새벽에 중간 중간 깼던 기억이 있다.

 

기왕 얘기하는 김에 러시아 형님들 방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면,

술 마시고 떠들던 게 전부였고 나를 따로 터치하지는 않았었다.

짧은 대화도 했던 것 같은데 불확실하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월드컵이었다.

 

카잔에는 오전에 도착하였다.

약간은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

날씨는 보는 것과 같이 맑고 좋았다.

 

바로 경기장 사진.

경기장까지 가는 데에는 버스를 사용했고

꽤 많은 사람들을 지나쳤으나 한국인은 얼마 없었다.

가는 길에 페인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나도 할까 싶었지만,

결국엔 하지 않았다.

 

경기장 내에서도 한국인은 정말로 적었었다.

독일과의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이들 안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미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던 시점이라, 한국의 16강 진출이 가능성이 희박한 때였다.

 

자리는 생각보다도 더 경기장에 가깝고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이슈가 있었던 게,

누군가가 좌석으로 가는 통로에 맥주랑 물을 나열해 놓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쪽으로 다가갔는데도, 그것을 들거나 치우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건너가 보려고 했는데,

흠흠...

결국 그 맥주컵들을 발로 차버렸다.

나를 원망스럽게 보는 외국 형들이었지만,

뭐,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쩔 수 없었다.

그 형들도 나를 더 탓하거나 하진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약간 쫄아서 눈치를 보긴 했었다.

 

한국 선수들이 경기 전 사진을 찍고 나서는 모습.

사진이 많이 깨져있다.

 

경기 중의 모습.

선수들이 열심히 압박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때 거칠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선수들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

이 때의 전술은, 선수비 후 역습도 아니었다.

무조건 수비였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무조건 수비하는 것이 전술이었다.

 

개간로 로이스 형.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다.

2012-2013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가 레알 마드리드를 꺾었던 그 경기가

한국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곤 내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

도르트문트에 입덕했던 계기가 됐던 경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도르트문트 팬이 아니다.

 

그가 뛰는 모습.

공격 후에 복귀하는 모습이다.

중간 중간 틈이 날 때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찍었다.

 

토니 크로스 선수의 크로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수비 장면이다.

이 날 수비 집중력이 정말로 좋았다.

 

당시 대표팀의 감독이셨던 신태용 감독님의 모습.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트릭'으로 한창 유명하셨었다.

 

크로스를 준비하는 토니 크로스 선수.

이 날의 좌석 선정, 위치 선정은 정말로 훌륭했다.

전반의 독일 팀 공격과 후반의 한국 팀 공격을 모두 제대로 볼 수 있는 좌석이었다.

 

후반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

이승우 선수의 캐릭터를 나는 좋아한다.

대표팀에 필요한 유형의 선수라고 나는 줄곧 생각해왔다.

 

그리고 90분.

 

대한민국의 김영권 선수가,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넣었다.

나는 이 일이 벌어질 거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찍지도 못했었다.

놀라고 감격하고 좋아하기에 바빴었다.

 

골을 넣은 직후, 선수들이 좋아하는 모습.

이때의 감동이 다시 떠올라서, 지금 또 약간 벅찬 느낌이다.

 

하늘을 보고 포효하는 듯한 김영권 선수.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수비 복귀를 위해 돌아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한 번 더,

 

정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손흥민 선수가 노이어 선수의 실책성 플레이에 이은 패스를 받아서,

독일팀 골대까지 질주하여 골을 넣었었다.

이때 그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보았는데, 

손흥민 선수가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이 정말로 감동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

사실 손흥민 선수가 공을 만지기는 어려워 보였는데,

손흥민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고, 그 결과로 골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얼굴을 바로 볼 수 있어서 나는 정말로 감격했었다.

 

경기 종료.

진이 빠져버린 한국 선수들과 절망하는 독일 선수들.

이때의 명암은 정말로 극명하게 갈렸었다.

 

김영권 선수의 세리모니 장면과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

그리고 슬퍼하는 독일 여성 분과 기뻐하는 신태용 감독님의 모습.

환호하느라 화면이 많이 흔들렸지만,

스크린에 그 장면들이 다 담겨 있어서 올려봤다.

 

MOM은 당연히 조현우 선수.

이렇게 극적인 경기를 하고도 본선에 가지 못한 게 정말로 아쉬웠다.

여담으로 한국 대 독일의 배당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120배나 뭐래나 이 일이 정말로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비트코인도 그렇고, 이때 생각을 더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인사 차 걸어온 대표팀 선수들.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멋진 경기였다.

 

그리고 또 도열해서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결과를 떠나서 최선을 다한 그들이 영웅이었다.

 

손흥민 선수가 손을 흔드는 모습.

이 모습을 인스타에도 올리고 프사로도 썼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멋있었다.

 

경기 종료 후에도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등을 돌려 뒤를 돌아봤을 때,

많은 독일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순간 마음이 아팠었다.

승부의 세계는 정말로 냉혹한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며, 경기장을 나갔고

또 경기장 나가서도 북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그 사이에 껴서 승리를 끝까지 즐겼었다.

 

그리고 원광 학교에서 온 다른 선생님들 만나서 얘기하고

또 저녁 먹었었나? 그런 뒤에 다시 시내로 돌아갔다.

 

이것은 지나가면서 본 카잔 크렘린.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의 크렘린이다.

 

시내로 가서는 음식점들 모인 거리로 들어갔고

이후에는 야외 바? 야외 클럽?

그냥 음악 틀어놓고 술 마시고 하는 곳에 가서 뛰고 놀았었다.

다른 한국인도 만났었는데 나는 그 사람들과 짧게 인사만 했고,

밤이 늦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새벽까지 노는 건 잘 못한다. 잠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너무 TMI였네.

아무튼 이렇게 러시아 어학연수, 러시아 월드컵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한국 대 독일 월드컵 경기의 직관 썰을 풀어보았다.

이런 경기를 또 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이상 가는 직관 경험은 얼마 없을 거란 것.

그렇다. 나는 누군가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 얘기부터 꺼낸다.

후후후, 아직까지 내 썰을 이긴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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