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정신 없던 와중에 간만에 틈이 나서
전시를 다녀왔다.
막상 이렇게 시간이 나서 전시를 보고 오니까
실상은 그렇게 바쁘지 않았던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전시가 끝나기 전에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분명한 선과 직관적인 색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었다.
전시가 KT 건물 내에 있어서 조금 헤맸지만
그래도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적고 한적해서 전시를 감상하기에 좋았다.
페데리카가 본인을 그렸다는 그림.
여성 화가인 것은 이때 알았고, 불안한 표정과 무채색의 칙칙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후로는 흑백 일러스트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눈을 사로잡았던 그림이다.
작품명을 찍어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설명은 다 읽었는데 작품명을 오래 기억 못할 것 같아 담아두지 않았었다.
그림이 눈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한 공간 안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잘 담아서
그리고 그것들에 미소가 지어지는 류의 따뜻함이 있어서 였다.
요새 흑백 요리사를 재밌게 봐서인지
요리사가 하트를 채집하는 모습이 또 인상적이어서
가까이서 보고 사진도 찍었었다.
그 다음으로 본 그림.
이 그림을 보면서 색도 색이지만
작가가 사람들의 모습을 잘 포착하고 그것을 잘 어우러지게 배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류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인상적으로 봤던 꽃 표현이다.
실제 꽃은 아니고 그 느낌을 나타낸 것이고
엄청 참신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 형태와 색이 마음에 들었다.
힘들이지 않고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공간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담은 그림들.
여기에서 공간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의상 표현을 색연필로 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그림을 보면 표정은 없지만 몸의 형태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티켓에도 들어가 있는 작가의 시그니처 그림.
파자마를 입고 외출하는 여성과 개, 그리고 소녀를 담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버전이고
원래 버전은 파자마를 입고 산책하는 여성과 뒤따라오는 아이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행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원래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이다.
생각보다 사진을 잘 찍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모험을 떠나는 작가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포인트였다.
확실히 작가의 인물 표현이 좋다.
만화를 그려서인가 간결하게 표현을 잘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그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상상력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나 또한 애들을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네를 타거나 과일을 따는 아이들, 또 건물 위에서 번지점프를 준비하는 아이 등
순수하면서도 기발한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다.
핑킹 가위로 자른듯한 물의 표현과 점으로 나타난 열매 표현도 좋았다.
색연필로 의상 표현한 게 좋다고 했었는데
여기 이 청바지가 그런 면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찬가지로 의상 표현이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그보다는 카페의 흥겨운 분위기가 더 인상적인 그림이다.
코로나 때의 거리감을 재치있게 표현한 그림들.
확실히 작가는 상상력도 풍부하다.
밤의 거리와 아이들의 공원.
건축을 전공하여 그런지 구도가 정말 좋은 것 같다.
라이너로 선을 간결하게 쓰기 때문에
구도나 여백이 더 잘사는 것 같다.
이렇게 경계를 활용한 그림도 정말 좋다.
간결하면서도 개성을 잘 드러낸 그림이다.
배울 점이 많다.
너무 호평일색인가 싶기도 한데
이런 류의 일러스트를 내가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전시 도록도 사왔다. ㅎㅎ
봉사 활동이라는 그림.
이 그림은 취향은 아니었는데 입 표현이 신선해서 사진을 찍었다.
미국을 표현한 그림.
각각의 그림들은 매력적인데 이건 또 약간 정신 사나운 것 같다.
빨간 색을 많이 쓴 느낌?
조금 덜 썼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중세 의복만이 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소년의 어리고 호기심 가득한 모습을 잘 담은 것 같다.
이거는 이집트. 소녀가 귀엽다.
이집트하면 보라색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집트에서 자주 쓰는 색인가 잘 모르겠다.
금색이랑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브렉시트라는 그림이다.
아이소매트릭 기법을 사용한 그림이라는데
3차원 물체를 평면 상에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위의 그림과 같이 x,y,z 축의 각도가 모두 같거나 120도를 이루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 그림에서만 이 기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고
공간을 표현할 때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입체와 평면을 교차해서 잘 사용하는 것 같다.
작가의 롯데타워 그림.
잔잔한 것이 장점이지만 약간 밋밋한 느낌도 있다.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
위대한 개츠비가 생각나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세 개의 땅이라는 작품.
검은 옷과 붉은 옷, 노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화합, 그 관계를 나타내었고
가축과 멸종 위기종 등을 그와 함께 그려
문명과 문명의 사각을 표현하였다.
작가의 가치관이 담겨 있지만 그게 불편한 것이 아니었고
그림에 스타일리쉬하게 잘 투영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그림.
인도를 표현한 일러스트.
이 그림에서도 랜드마크나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린 모습이다.
최근에는 왠지 모르게 바쁘게만 지냈는데
이렇게 전시도 보고 오니
환기도 되고 새로운 영감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마음만 바쁘게 지냈던 것도 같은데
아직은 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할일들이 머리에 있으니까 그걸 무시하기가 어렵다.
할 거 하면서 틈이 보이면 그때마다 이렇게 바람 잘 쐬고 와야지.
바람 쐬러 간 김에 좋은 그림 보고 와서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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