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미술전 후기

[2024 / 더현대] 유코 히구치 : 비밀의 숲

neulvo 2024. 12. 15. 23:17

오늘 다녀온 곳은, 더현대에서 열린 유코 히구치전.

고양이 그림 때문인지 생각보다도 인기가 있는 전시였다.

오랜만에 인파에 밀려 전시를 천천히 보게 되었다.

 

주된 주제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숲속.

숲속의 다양한 크리쳐들을,

작가의 섬세한 표현으로 담아내었다.

구스타프라는 고양이 캐릭터가 대표적이었던 것 같고

그 외에도 외눈박이 외계인, 토끼나 악어, 소녀 등이 등장한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가의 귀여운 표현과 상상력이었다.

섬뜩한 부분도 있다고 하였지만,

일본 문화를 그래도 좀 접해본 입장에선 크게 괴상하거나 소름끼치진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그 문화의 범주 안에 있었던 것 같다.

 

동물의 골격이나 털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상상력에 관해서는 풍부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세계 안에 한정되어 있는 느낌도 들어서

딱 잘라서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인체를 포함해서, 동물들의 몸체를 붙이는 작업을 많이 하였다.

이질적인 것을 매끄럽게 잇는 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해부학적인 지식도 풍부해 보였다.

 

물감의 홍보물이라고 해야 하나,

각 색깔을 어울리는 크리쳐와 매칭하여

재치있게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동물에 대한 좋은 표현들.

이 표현들 때문에 작가의 그림집을 구매하였다.

원래도 펜화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따라하거나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최근에는 진행 중인 작품들 외에도

다른 영역의 작품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일러스트나 모델링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런데 또 원래 하던 것들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도

아직은 어려워서,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확실히 이제는 조형물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

피규어도 집에 많아지고 있고,

미술전에서 조형물들을 좀 더 관심있게 보는 것 같다.

확실히 그림들 사이에 한 두개 조형물이 있으면 임팩트가 사는 것 같다.

조형물과 함께 전시를 하는 것 또한 내 목표 중 하나다.

 

디즈니 컬렉션에 수록된 그림들.

앨리스는 정말 동서양 모두 좋아하는 소재인 것 같다.

작가는 동물과 소녀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

 

형태나 질감에 대한 섬세한 표현도 배울 점이었다.

고래의 심장이라는 작품인데,

작가의 풍부한 표현력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전시 공간도 있었다.

일본 문화가 느껴지는 공간.

이번 전시는 종합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더 현대에 대한 믿음이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전시는 내용도 가격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요즘 글을 쓰다 보니까 이전 기억을 떠올리는 게

습관이고 또 스트레스이다.

정확히 기억해 내는 게 정말로 쉽지 않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진 못했지만,

일단 사진은 찍어 봤다.

작가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홍보물이나 상품 등을 제작하기도 했었다.

 

개구리와 고양이, 모두 귀엽다.

개구리의 자세는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스토리텔링도 작가는 담으려고 하였다.

자기 세계와 관한 것이니까, 당연한 건가 싶다.

나도 내 세계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그 세계들이 전부 연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특색있고 재밌는 세계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은 드문 것 같다.

 

일본 주술 풍의 분위기 있는 그림.

작가의 내공이 정말로 상당해 보였다.

이 작품을 포함해서 펜으로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린다니,

역시 일본인가! 싶었다.

 

달팽이도 귀여웠고 돼지도 그 살집이 두터웠다.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한 장면.

사자의 갈기가 참 멋있다.

이런 작품들을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남긴 건지,

작가의 열정이 정말로 대단해 보였다.

 

조형물과 함께 전시도니 그림.

약간 인형 같은 재질인데,

인형들이 작아서 그런지, 임팩트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도 했구나 정도로 보고 넘어갔다.

 

 

작가의 드로잉 타입랩스도 전시되어 있었다.

타임랩스는 일전에 나도 시도했었는데

고정된 환경도 필요하고, 그림에서 떨어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당장의 내게는, 가능하지만 무리인 것 같다.

 

 

서커스 작품들이 모두 인상적이고 좋았다.

서커스 특유의 풍성하지만 낡은 분위기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풍선이란 소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였다.

미성숙하지만 부푼 느낌, 소년적인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여차하면 터질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복잡한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약간 말이 정리가 안되고 파편적인데, 그건 머리에 과부하가 와서 그런 것 같다.

 

작가의 다른 그림도 좋지만 악어 그림이 나는 정말 좋게 느껴졌다.

자신의 취향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전시였다.

나는 악어, 상어 그리고 도마뱀 등이 좋았고 눈이 많이 갔던 것 같다.

 

볼 수 있어요라는 무대연극의 메인 비주얼 및 의상 드로잉.

역시 소녀를 잘 그리는 작가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미숙하지만 당차고 쾌활한 소녀를 자주 묘사하는 것 같다.

 

잉어와 심장, 그리고 소녀.

달팽이도 보인다.

이런 소재들을 한 데 아우르는 것도, 배울 점이다.

 

도중에 박쥐 그림이 크게 있었는데,

이걸 찍은 건 펜터치를 자세히 살펴보고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불규칙한 패턴을 많이 사용한 것 같다.

 

영화 기고 작품들과 바벨 탑 전시회의 출품 작품들이다.

인상적인 작품들만 일단 가져와 보았다.

바벨 탑 전시회라는 게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인물에 대한 표현이 상당히 좋은 모습.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작가였고,

스스로가 많이 부족함을 또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다.

 

그런데 부족하다고 주눅들진 않았고

부족한 걸 인지해야 또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었다.

내가 몸담고 싶은 세계는 이런 곳이구나를 많이 느꼈다.

 

별자리를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 그림들이다.

이런 시도나 접근도 좋은 것 같다.

꼭 항상 뭔가를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었다.

이미 존재하는 주제를 자신만의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큰 사이즈로 제작된 영화 포스터들이 마지막 부근에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압도적인 작업량에, 이미 지치고도 남을 시점이었다.

나는 그리고 아침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으니까... 흐으억.

 

마지막은 귀여운 애니메이션!

방금 말했듯이 체력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애니메이션은 잠깐만 보았다.

 

오늘 솔직히 아침에 오송에서 출발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전시 다녀오고,

또 저녁에 이렇게 후기글 쓰는 것까지

쉽지 않은 일들이었는데 일단 이렇게 오늘 다 끝을 봐서 다행인 것 같다.

특히 이 후기글 작성한 게 정말 잘한 것 같다.

기억이 지금은 그래도 생생하네.

복습한 것 같아서 여러모로 뿌듯하다.

 

연말은 여러 일정으로 평소보다도 바쁘고 힘든 것 같다.

하지만 또 이겨내야지.

 아직 할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결실이 뭐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긴 하겠지만,

그건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 할 것만이라도 잘 해보자. 앞으로도 화이팅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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