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작은 책장

[독후감]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 민음사

neulvo 2024. 9. 1. 00:45
관계란 무너지기 쉬운 것이고 사회는 개인에게 무관심하다. 경험이란 주관적인 것이며 공감이나 연민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정사에 시대에 따라 특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도 같다. 보편적인 문제와 어려움이 있고 그 속에서 평범한 우리들은 평범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잘 산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고 인생에는 뜻밖의 고난이 항상 예비되어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 이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다.

이반에 꽂힌 것인지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읽었다.

둘의 내용은 다르지만

인물의 행동과 내면 묘사가 모두 훌륭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반 데니소비치는 그의 행동과 습성을 주로 전달하였다면

이반 일리치는 그의 반응과 심리가 주를 이루었다.

나름 요약해본 건데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근래 보았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몰입해서 보았던 소설이었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그가 왜 거장인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약간은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면이 돋보이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을 노골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잘 표현을 했다.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도 정말 그럴법하게 서술하여서

내용도 잘 와닿았고 몰입도 잘 되었다.

물론 몰입이 잘 된데에는

나 또한 오랜 기간 몸이 안좋았었기 때문도 있다.

 

만성적인 고통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의미에 대해

스스로 되묻곤 했던 것이 공감이 됐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려다가도

다시 부정적인 흐름으로 끌려가고

삶의 가혹함을 탓했던 것이 딱 그대로였다.

 

그럴 법한 것을 잘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휘하는 것보다도

삶과 인간을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다.

 

요새는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엄두를 잘 내지 못하고 있는데

(물론 최근에 이사를 해서 할일도 신경 쓸 일도 많았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지 상상을 많이 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의욕도 조금 되찾을 수 있었다.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보고 있다.

더 잘 쓰고 싶고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당장은 아니어도 미래에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해 조금만 더 얘기해보자면

삶과 죽음은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정말 다르게 다가오고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모두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사람들처럼

죽음은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특수한 일로 여기는 것도 같다.

닥치기 전까지는 남의 일이고 상관없는 일인 거다.

고통을 느껴본 적 없으니 공감하기도 어렵다.

고통을 느껴봤다 해도 죽음은 또 다른 것이니

그 또한 완전히 공감하긴 어렵겠다.

 

죽음을 남의 일로 여기니까 살아갈 수 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에 공감하고 불안을 느끼면

하루를 살아가기가 어렵지 않을까.

연민을 느끼면 좋긴 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게 자연스럽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주변인에게 서운할 순 있겠지만

공감을 바라기는 또 어려운 것 같다.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게 다르다는 걸 의식한다면

상대방을 더 배려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자신 그리고 주변인의 관점에서 여러가지 생각해보고 있는데

참 그렇게 경험이란 것은 주관적인 것 같다.

이런 간극을 잘 살리면 또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씁쓸한 면이 있지만 그게 삶인 것 같고

거기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문학적인 차원에서의 재미이고

인간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것 같다.

근원적인 외로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니까.

참 뭐라 딱 얘기하기가 어려운 주제다.

 

자신과 주변인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고

약간의 추천 느낌으로 끝맺으려 했는데

멀리 와버린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것이 고전을 읽는 것의 좋은 면인 것 같다.

타인의 경험과 사고를 배울 수 있고

그 안에서 고민을 깊게 해볼 수 있으니까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생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나에겐 찰떡이다.

앞으로도 많이 읽고

발전을 위해 또 꾸준히 노력해보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사납게 파고드는 웅숭깊은 통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경이로운 걸작영화 「리빙: 어떤 인생」의 원작,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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