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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평행 우주, 미치오 카쿠/ 김영사

neulvo 2024. 3. 29. 09:36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의해, 하나의 전자는 공간 상의 한 점에 존재하지 않고 원자핵의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전자가 놓일 수 있는 모든 지점들'에 동시에 존재한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스스로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전자'들이 양자적 춤을 추면서 분자들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주공간에 양자적 요동을 허용하면 평행우주의 개념을 부정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온스 정도의 물체만 있으면 지금과 같은 우주를 만들 수 있다. "우주는 점심 도시락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구스는 평소에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주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대학의 에드워드 티론이었다. 그는 1973년 네이처지에 제출한 한 편의 논문을 통해 "우주란, 진공의 요동에 의해 수시로 탄생하는 그 무엇"이라고 주장했다(우주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물체의 양은 거의 0에 가깝지만, 이 물체는 엄청나게 큰 밀도로 압축되어 있어야 한다.)

팽이나 허리케인에서 시작하여 행성과 은하, 심지어는 퀘이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물체들은 스스로 회전(자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우주는 회전운동을 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은하들의 스핀을 모두 더하면 0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또 하나의 질문, 우주에 존재하는 양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적인 규모에서 힘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중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중력은 전자기력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힘에 불과하지만, 우주적인 스케일에서 전자기력을 특별히 문제 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에 존재하는 양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정확하게 같아서, 전체적으로 보면 전하가 아예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우주는 전자기력이 아닌 중력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주의 초창기에 대칭성이 붕괴된 원인은 아직도 미지로 남아 있다.

물리학자들은 '단순한 이론'과 '높은 대칭성을 가진 이론'을 특별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이 아름답다는 것은, 관측자료를 함축적, 경제적으로 설명해주는 강력한 대칭성이 이론체계 안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이 자연에 숨어 있는 대칭성을 찾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고 있는 것도, 겉보기에 전혀 다른 현상들을 대칭이라는 이름하에 하나의 현상으로 통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기와 자기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른 현상인 것 같지만, 맥스웰 방정식의 대칭성을 이용하면 동일한 현상(전자기)의 다른 모습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한 객체의 다른 면임을 간파하여 시공간이라는 이름하에 이들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객체'로 통일시켰다. 그 결과, 공간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지점을 연결하는 웜홀은 시간상으로도 떨어져 있는 두 지점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시간여행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손은 이전의 이론들과는 독립적으로 시간여행을 허용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를 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1988년에 연구 동료인 마이클 모리스, 울비 유트시버와 함께 "음의 물질과 음의 에너지가 존재한다면 타임머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물질과 달리(반물질은 실제로 존재하며 중력에 의해 끌려간다는 점에서는 물질과 동일하다) 음의 물질은 중력에 끌리지 않고 반대로 '밀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음의 물질에 의한 중력은 인력이 아니라 척력(반중력)이라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에서도 에너지(또는 질량)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와 반전자(전자의 반입자)는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갑자기 생성되었다가 금방 합쳐지면서 사라지곤 한다.

"웜홀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음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은 스티븐 호킹이었다. 그가 사용했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양의 에너지는 물질과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웜홀을 생성시키며, 빛은 웜홀의 입구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빛이 웜홀의 반대쪽 출구로 빠져나오면 웜홀 중심부의 어딘가에서는 빛의 초점이 흐려진다. 단, 이런 현상은 음에너지가 존재할 때에만 나타난다. 그런데 음에너지는 항상, 척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웜홀의 입구가 중력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타임머신이나 웜홀을 현실세계에 구현하려면, 입구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충분한 양의 음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제논은 "아무도 강을 건널 수 없다"는 명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적이 있다. 대체 어떤 논리로 그런 황당한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을까? 다들 알다시피, 강의 폭은 무한히 많은 점으로 세분될 수 있다. 따라서 무한히 많은 점을 통과하려면 무한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즉, 우주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무리 노를 저어도 강을 건널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논리를 조금 변형시키면 "그 어떤 물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명제도 증명할 수 있다(그 후로 2,000년이 지난 후 미적분학이 개발되면서 제논의 수수께끼는 비로소 해결되었다. 미적분학을 사용하면 점의 개수가 아무리 많아도 유한한 시간 내에 통과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존 휠러는 공간상의 최소거리를 찾기 위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분석했는데, 플랑크길이의 영역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한 결과, 이 미세한 영역에서 공간의 곡률이 제법 크게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플랑크 길이의 영역에서 공간은 구불구불하게 접혀 있다는 뜻이다.

진공에서 수시로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입자들 때문에, 초미세영역의 공간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공간도 가장 작은 규모에서는 시공간의 미세한 거품들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진공에서 태어난 전자와 양자는 아주 잠시 동안 존재하다가 서로 합쳐지면서 금방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플랑크길이의 규모에서 볼 때 미세한 거품은 하나의 우주에 해당되며, 이런 환경에서 웜홀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우리의 우주도 이렇게 '떠다니는 기포'에서 출발하여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런 팽창을 겪으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모른다.

"상자 속의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 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가?" 물리학자들은 이 난해한 질문에 두 가지 답을 제시하였다. 우리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는 어떤 우주적 의식이 존재하거나 아니면 무한히 많은 우주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다중우주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리처드 파인만

양자역학을 접하고서도 놀라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 닐스 보어

1928년, 물리학자 막스 보른이 마침내 그 의미를 알아냈다. 파동함수 ψ는 주어진 장소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나타내는 함수였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전자의 위치를 100%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으며, 단지 ψ를 통해 '그곳에 있을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을 뿐이었다.

파동의 확률과 상식적인 존재 사이의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내세웠다. "파동함수가 외부의 관찰자에 의해 관측되면 단 하나의 값으로 붕괴된다." 다시 말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던 파동함수가 '관측'이라는 행위에 의해 단 하나의 값(관측결과)으로 단순화된다는 것이다.

/보어를 필두로 하는 코펜하겐학파의 가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a. 모든 에너지는 양자라고 하는 불연속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

b. 물질은 점입자로 표현되지만 입자가 발견될 확률은 파동으로 주어진다. 그리고 이 파동은 특별한 파동방정식을 만족한다.

c. 관측이 행해지기 전에, 물체는 모든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들 중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려면 관측을 해야 하고, 관측행위는 파동함수를 붕괴시켜서 단 하나의 상태만이 관측결과로 얻어진다. 즉, 관측이 행해진 후에야 물체는 확고한 실체가 되는 것이다. 파동함수는 물체가 특정한 상태에서 발견될 확률을 나타낸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에게,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개척한다"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물체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상식적인 관념을 '객관적 진실'이라고 부르면서, 진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나는 결정론을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문명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을 죽인 범죄자는 자신의 죄에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다양한 힘에 의해 결정되어왔으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자연이 나의 길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헨리 포드는 이것을 '내면의 소리'라 했고 소크라테스는 '신령'이라고 불렀다. 무슨 이름으로 부르건 간에, 이들은 인간의 의지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하찮은 곤충부터 거대한 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 ... 인간과 식물, 우주의 먼지 등 모든 만물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지휘에 맞춰 신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창시자로부터 물리학을 직접 배운 휠러는 이 문제를 논할 때 비유적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야구경기의 판정기준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세사람의 심판'을 예로 들었는데, 각 심판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루심 : 나는 야구공을 보면서 판정을 내린다.

2루심 : 나는 야구공의 현재 위치로 판정을 내린다.

3루심 : 내 눈으로 보지 않는 한, 야구공은 아무 의미도 없다.

휠러가 볼 때, 두 번째 심판은 "절대적 진리는 인간의 경험과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던 아인슈타인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었다. 세 번째 심판은 보어인데, 그는 관측이 행해진 후에야 비로소 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막스 플랑크가 말한 대로, "과학은 자연의 궁극적 신비를 결코 풀지 못할 것이다. 자연을 탐구하다보면 자연의 일부인 자기 자신을 탐구해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한 경로에 할당된 숫자들을 일일이 더하면 무한대가 되지 않고 서로 상쇄되면서 아주 작은 값이 얻어진다. 이것이 바로 양자적 요동의 근원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과 부합되는 뉴턴역학의 경로는 상쇄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큰 값을 갖게 된다. 즉 뉴턴의 물리학으로 얻어진 물체의 경로는 '유일하게 가능한 경로'가 아니라 '가장 확률이 큰 경로'라는 것이다.

정말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당신이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마다 당신의 몸은 퀘이사를 거쳐가는 길과 빅뱅을 거쳐가는길까지 포함해서 모든 가능한 경로에 대한 확률을 평가한 후 이들을 모두 더하고 있다.

이 난해한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197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디터 제는 '결어긋남'의 개념을 도입해 물리학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제일 먼저 "현실세계에서는 고양이와 주변환경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고양이는 주변의 공기분자와 상자, 그리고 심지어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으며, 이 접촉을 완전히 차단할 방법도 없으므로 '주변환경과 완전히 고립된 고양이'는 문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디터 제는 "단 하나의 분자가 고양이를 교란시켜도 고양이의 파동함수는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로 분리되며, 일단 분리된 파동함수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시 말해서, 상자 뚜껑을 열기 전에도 고양이는 공기분자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므로 이미 죽었거나, 혹은 살아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디터 제는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공존하려면 산 고양이의 파동함수와 죽은 고양이의 파동함수가 거의 동일한 모드로 진동하고 있어야 한다. 즉, 두 개의 파동함수가 '결맞음 상태'에 있어야 한다느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모든 물체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약간의 영향이 개입되면 두 개의 파동함수는 더 이상 결맞음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결어긋남상태로 변환된다. 그리고 두 파동함수의 진동모드가 일치하지 않으면 이들은 더 이상의 상호작용을 주고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형태의 정보는 정말로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들과 우주 저편에 있는 원자들은 '우주적 으로 얽혀 있는' 관계에 있다. 우주의 모든 만물은 빅뱅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탄생했으므로,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모종의 '우주적 연결망'을 통하여 우주 저편에 있는 원자들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양자적으로 얽혀있는 한 쌍의 입자들은 그들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 해도 마치 하나의 물체처럼 행동한다.

사람을 공간이동시킬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브라운스타인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인간의 몸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정보전달 수단을 사용한다 해도, 한 사람의 정보를 모두 전송하려면 거의 우주의 나이에 맞먹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는 모든 시간, 모든 지점마다 존재하는 함수인 반면에, 호킹의 파동함수는 각 우주마다 하나씩 할당되는 파동함수이다. 즉, 호킹의 파동함수는 전자의 모든 가능한 상태를 나타내는 ψ가 아니라, 우주의 모든 가능한 상태를 나타내는 ψ이다.

"베네치아노의 모형에는 조그만 수학적 결험아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끈이 살고 있는 시공간은 26차원이어야 한다."

수련이 떠 있는 얕은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상상해보자. 이 물고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가 2차원이라고 하늘같이 믿고 있다(물론 물의 깊이가 있으므로 정확하게 2차원은 아니지만, 논리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물의 깊이는 무시하기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세계는 물고기의 시야를 넘어선 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물고기는 세 번째 차원을 간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날 연못 속에서 수면 쪽을 올려다보면 빗방울에 의해 생성된 수면파가 보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섯 번째 차원을 볼 수 없지만 그곳에 형성된 파동은 빛의 형태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칼루자의 이론을 구제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높은 차원이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가정을 내세웠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공간과 시간을 합해 4차원이므로, 만일 다섯 번째 차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원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원형으로 '돌돌 말려 있어서' 눈에 뜨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끈이론에 의하면 이 우주는 원래 모든 힘들이 한 종류로 통합되어 있는 10차원의 객체였다. 그러나 10차원 초공간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므로, 빅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으면서 여섯 개의 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 속으로 말려 들어가고 지금과 같이 4차원의 시공간만이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끈이론이 이토록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크기를 가진 최소단위(끈)를 만물의 기본으로 삼으면, 점입자이론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무한대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끈이론이 보유하고 있는 '무한대 방지장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끈의 위상과 초대칭이 바로 그것이다.

끈이론에서 대칭은 남아있는 무한대와 비정상성을 상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칭성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도구이므로,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은 아마도 가장 우아하고 강력한 대칭성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끈이론이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 중 하나는 끈을 서술하는 방정식이 무려 수십억 개나 된다는 점이었다.수학적으로 자체모순이 없는 끈이론도 다섯 개나 된다.끈이론은 이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왔지만,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원리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다.M-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끈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막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세계의 용어를 따르자면 점입자는 '0-브레인'에 해당된다. 점은 기하학적으로 아무런 차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길이를 갖고 있는 1차원 끈은 '1-브레인'이며, 농구공의 표면처럼 길이와 폭으로 정의되는 물체는 '2-브레인'에 해당된다.

중력은 공간의 곡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중력이 3차원 공간에만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중력은 5차원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평행우주 속에 속해 있는 은하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초공간의 굴곡은 중력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중력은 두 우주 사이를 건너뛸 수 있다. 즉, 다른 우주에 있는 은하가 초공간을 통해 우리 우주에 있는 은하와 중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단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은하의 특성을 잘 관측하면 은하의 중력이 뉴턴의 법칙으로 예견되는 값보다 크게 나올 수도 있다. 근처에 숨어 있는 브레인에 다른 은하가 추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하들의 즬량이 우리 은하의 질량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면(약 9배), 암흑물질의 정체는 평행우주에 속한 은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우주론은 다음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가 속한 시공간은 왜 4차원인가?" 원리적으로 M-이론은 11차원 이내의 모든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으므로, 시공간이 굳이 4차원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로버트 브란덴버거와 쿰룬 바파는 시공간이 4차원인 이유를 끈의 기하학적 특성에서 유추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우주는 높은 차원들이 플랑크길이의 영역 안에 감긴 채 완벽한 대칭성을 갖고 출발했다. 우주의 초창기에는 고리형 끈들이 다양한 차원들을 단단하게 감고 있었기 때문에 팽창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끈이 끊어지면서 차원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우주는 끈과 반끈이 차원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팽창하지 않았다(반끈이란, 대충 말해서 끈과 반대방향으로 차원을 감고 있는 끈을 말한다). 그러다가 끈과 반끈이 충돌하여 무로 사라지면서 속박된 차원이 풀려나게 되었다. 그런데 규모가 큰 차원은 빈 공간이 많았으므로 끈의 충돌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서 풀려나지 못했다. 브란덴버거와 바파는 3차원, 또는 그 이하의 차원에서 끈과 반끈의 충돌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단 충돌이 일어나면 차원은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것이 빅뱅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이 4차원인 이유를 끈의 위상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더 높은 차원의 우주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끈과 반끈으로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M-이론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만일 하나의 우주가 다른 우주로부터 탄생할 수 있다면 그 역과정도 가능할 것이다. 즉, 우주끼리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주가 충돌하면 섬광이 발생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우주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빅뱅은 한 우주에서 다른 우주가 발화하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평평한 브레인우주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랙홀의 듀얼은 무엇인가?" ... 스트로밍거와 바파는 일련의 수학적 과정을 거친 끝에 블랙홀의 듀얼은 1-브레인과 5-브레인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플랑크길이의 영역 안에도 온전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플랑크길이보다 작은 초미세 영역에서도 디지털화되지 않은 연속적 장이론을 적용할 수 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우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닐 수도 있다.

리스가 다중우주이론을 좋아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우주에서 약간의 '단점'을 발견했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완벽한 원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만일 지구의 궤도가 완벽한 원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신학자들처럼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니다. 즉, 가장 이상적인 궤적에 약간의 무작위성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주상수가 정확하게 0이 아니라 0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은, 우리의 우주가 그다지 특이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우주가 우연한 사건에 의해 무작위로 탄생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위그너의 해석이 등장한 후로, 의식은 물리학의 핵심적인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위그너는 위대한 천문학자 제임스 진스의 저서에 나오는 다음의 글귀를 종종 인용하곤 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기계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우주전체를 포함하는 초-거시적 세계나 원자의 내부와 같은 초-미시세계로 들어가면 기계론적인 설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런 극단적인 영역에서는 기계적 과정보다 정신적인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우주가 거대한 기계가 아니라 거대한 의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마틴 가드너는 이렇게 말했다. "사과는 왜 떨어지는가? 지구의 중력이 사과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중력은 왜 작용하는가? 일반상대성이론의 일부를 이루는 어떤 방정식 때문이다. 앞으로 물리학자들이 기존의 모든 물리법칙들을 유도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정식을 발견한다 해도, 한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 방정식은 대체 어디서 왔는가?'"

 

세계로 미래로 책으로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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