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USA_2016_여름

미국 여행 4일차 - 바다와 스타벅스

neulvo 2023. 12. 13. 21:34

미국 여행 4일차는 바다 위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이 없다.

오전 오후 통째로 사진이 없다. ㅋㅋㅋ

만약 기억이 맞다면 조금 먼 바다로 나갔던 것 같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나지만

서퍼들이 많은 파도가 시작하는 지점으로 간 기억이 있다.

유유자적하게 패들 보드를 타는 사람을 본 기억도 있다.

햇빛 아래에서 사람들과 함께 파도를 기다리고

또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파도를 욕심내서 타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도 배웠다.

잘못하다간 부딪치고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파도를 잘 타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파도를 타고 넘어지고를 반복했었다.

승부욕이 불타기도 했었고 그마저도 즐겁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다에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호스텔 1층에서 조식을 먹다가

어떤 사람이 냉동 피자를 가져와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이 날이었나 싶다.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이웃집의 정겨운 모먼트는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좋은 순간들이었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이다.

평소 가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던 것 같다.

카누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평화롭다.

배경이 평화롭다.

 

키가 엄청 큰 야자수가 찍힌 사진.

역시나 열대 기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황량한 돌산과 겹쳐서 보이는 모습이 되게 신선했던 것 같다.

미국 서부 영화에서 볼 것만 같은 시원함과 건조함이 느껴졌다.

 

호놀룰루의 마쿠아와 킬라 동상이다.

이름은 지금 찾아봤다.

이 동상과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동상 바로 뒤쪽의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날도 많이 움직이고 많이 걸어서 지쳐 있었던 나는

와이키키 해변 끝쪽의 스타벅스에 다다랐다.

메뉴는 잘 기억안나지만 콜드브루의 일종이었던 것 같고

나는 메뉴를 시키고서 약간의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왜 불안했냐 하면 여기 스타벅스의 회전율이 엄청났고

메뉴를 부르는 속도도 매우 빨라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메뉴가 불러지는 일은 없었고

픽업대에는 음료 하나가 계속 남아 있었다.

 

그 음료가 내 것인데 내가 호출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종업원을 불러 물었다.

그리고 음료가 안 나오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하지만 종업원은 모든 음료가 나왔다고 얘기하였고

픽업대의 음료가 내가 시킨 것과 같은 메뉴의 것이었다.

 

같은 메뉴를 시킨 다른 사람이

내것을 가져간 것인지 내가 호출을 잘못 들은 건지

잘 기억도 안나고 지금도 불분명하지만

당시의 나는 판단을 할 수 없었고

재료가 떨어져 같은 메뉴는 줄 수 없다는 말에

다른 메뉴를 만들어주길 부탁하였다.

그렇게 20~30분 메뉴를 기다리다가 씁쓸하게 빠져나왔던 기억...

그리고 그 후에 마쿠아와 킬라 동상을 만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마쿠아와 킬라 동상에 얽혀 있다.

영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또 멘붕을 했었던 웃픈 기억이다.

 

저녁으로는 근처 마트에서 무스비와 오니기리 찾아서

가져와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코코넛 워터도 같이 마셨을 거다.

그리고 밤에는 아마 별 것 안하고 핸드폰하거나

주변 돌아다니다가 잤을 것 같다.

이후의 사진이 없네.

많이 돌아다녀서 피곤했을 테니까 그냥 일찍 자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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