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4일차는 바다 위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이 없다.
오전 오후 통째로 사진이 없다. ㅋㅋㅋ
만약 기억이 맞다면 조금 먼 바다로 나갔던 것 같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나지만
서퍼들이 많은 파도가 시작하는 지점으로 간 기억이 있다.
유유자적하게 패들 보드를 타는 사람을 본 기억도 있다.
햇빛 아래에서 사람들과 함께 파도를 기다리고
또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파도를 욕심내서 타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도 배웠다.
잘못하다간 부딪치고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파도를 잘 타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파도를 타고 넘어지고를 반복했었다.
승부욕이 불타기도 했었고 그마저도 즐겁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다에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호스텔 1층에서 조식을 먹다가
어떤 사람이 냉동 피자를 가져와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이 날이었나 싶다.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이웃집의 정겨운 모먼트는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좋은 순간들이었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이다.
평소 가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던 것 같다.
카누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평화롭다.
배경이 평화롭다.
키가 엄청 큰 야자수가 찍힌 사진.
역시나 열대 기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황량한 돌산과 겹쳐서 보이는 모습이 되게 신선했던 것 같다.
미국 서부 영화에서 볼 것만 같은 시원함과 건조함이 느껴졌다.
호놀룰루의 마쿠아와 킬라 동상이다.
이름은 지금 찾아봤다.
이 동상과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동상 바로 뒤쪽의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날도 많이 움직이고 많이 걸어서 지쳐 있었던 나는
와이키키 해변 끝쪽의 스타벅스에 다다랐다.
메뉴는 잘 기억안나지만 콜드브루의 일종이었던 것 같고
나는 메뉴를 시키고서 약간의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왜 불안했냐 하면 여기 스타벅스의 회전율이 엄청났고
메뉴를 부르는 속도도 매우 빨라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메뉴가 불러지는 일은 없었고
픽업대에는 음료 하나가 계속 남아 있었다.
그 음료가 내 것인데 내가 호출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종업원을 불러 물었다.
그리고 음료가 안 나오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하지만 종업원은 모든 음료가 나왔다고 얘기하였고
픽업대의 음료가 내가 시킨 것과 같은 메뉴의 것이었다.
같은 메뉴를 시킨 다른 사람이
내것을 가져간 것인지 내가 호출을 잘못 들은 건지
잘 기억도 안나고 지금도 불분명하지만
당시의 나는 판단을 할 수 없었고
재료가 떨어져 같은 메뉴는 줄 수 없다는 말에
다른 메뉴를 만들어주길 부탁하였다.
그렇게 20~30분 메뉴를 기다리다가 씁쓸하게 빠져나왔던 기억...
그리고 그 후에 마쿠아와 킬라 동상을 만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마쿠아와 킬라 동상에 얽혀 있다.
영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또 멘붕을 했었던 웃픈 기억이다.
저녁으로는 근처 마트에서 무스비와 오니기리 찾아서
가져와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코코넛 워터도 같이 마셨을 거다.
그리고 밤에는 아마 별 것 안하고 핸드폰하거나
주변 돌아다니다가 잤을 것 같다.
이후의 사진이 없네.
많이 돌아다녀서 피곤했을 테니까 그냥 일찍 자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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