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일지/출근 일지

[day 128] 끝

neulvo 2023. 11. 21. 00:54

일단 오늘 미라클 모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목에 미라클 모닝을 따로 달지 않았다.

최근에 마무리하고 정리할 일들이 많아서

일지를 따로 쓰지 않았었다.

늦게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양심에 찔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다시 와서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것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마무리를 짓기 위함이고

이 이후에 있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오늘로부터 불과 한 주 전에

나는 퇴사하였다.

딱 본질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결국엔 시간 때문이었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가 충돌했었고

나는 거기에서 한계를 느꼈다.

 

회사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나의 개인적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

어려움을 넘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부정하려고 또 둘 다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 지난 5개월이란 시간이었다.

 

개인적인 목표에는 비단 그림이나 전시만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나 작업

그리고 커뮤니티적인 것도 포함이 된다.

 

지금은 많이 단순해진 느낌이지만

당시에는 목표가 많고 복잡했었다.

 

많은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었고

많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살았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정리되갈 타이밍에

또 이렇게 할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비가역적인 것이었다.

 

회사와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얼마 못 가 퇴사를 결정하였다.

나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시간과 체력이 중요했다.

시간과 체력을 온전히 나에게로 쏟고 싶었다.

 

퇴사 이후에는 전시작품을 완성하느라 바빴다.

많은 시간을 쏟았음에도 원하는 완성도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족한다.

이 기간 동안 이룰 수 있었던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시간은 어떻게든 더 쥐어짤 수야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시작품 제출 이후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사실 전시작품 제출 전에도 할 건 많았다.

인수인계나 사이드프로젝트, 작업물 검수 등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 꽤 많았다.

퇴사하지 않았다면 다 못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어제 오늘은 조금 쉴 수 있었다.

어제는 생일이었고

오늘은 완전 백수(?)의 첫날이었다.

친구 만나서 고민을 나누고

집에 와서 또 스터디 리뷰와 파일들을 정리하였다.

이제 더 정리할 것도 별로 없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 이제는 무언가 남아 있는 게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인 것 같다.

지난 것에는 너무 미련을 두지 말아야지.

혹여나 잘못된 게 있다면 또 고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거 일지 못 쓴 것도 사실 마음에 좀 걸렸는데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또 후련하기도 하다.

이제 보내줘야지.

그리고 잠깐 쉬고 올 것이다.

여행을 갈 생각이라 잘하면 여행 일지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약속은 어려운 법이다.

아무튼, 그간 고생 많았다. 정말 감사하다.

잘 쉬고 와서 앞으로도 힘내보자.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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