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드워드 호퍼 전을 다녀왔다.
우선, 인스타그램에 올린 감상을 먼저 가져온 뒤,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에드워드 호퍼는 내면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열화되어 실망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나 또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내면의 인상들이다. 시도는 하고 있지만 온전하지 않다. 좀 더 노력해야 한다.
호퍼의 초기작들은 인상에 대한 탐구였다고 본다. 형태나 명암 등을 섬세하게 잡기 보다는 인상과 구도에 집중하였다. 시선을 신경썼다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상주의 화풍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느낌은 아니었다. 빛을 잡는 것에서는 감각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독창적이지는 않았다.
또 치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뭉개지거나 덮어씌운 부분들이 간간히 보였다.
본격적으로 화가로서 명망을 떨친 것은 뉴잉글랜드 시기부터라고 한다. 이때 조세핀과 결혼하고 해안선을 배경으로 수채화를 그렸다. 색조 대비가 극명한 작품들을 그리면서 호평을 받았고 전업 작가로 살기 시작했다.
형태감이나 음영감 모두 완성도가 높아졌고 군더더기라 할만 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깔끔했고 정리된 느낌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대중성이나 작품성에 대해서는 크게 전환됐다고 보기에는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든 생각이 '대중들은 그림 속 빛의 효과에 예민한 것이 아닌가' 였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낀 바는 그랬다. 그리고 의외로 그가 그린 삽화들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삽화 스타일을 연구해 봐야 하나 싶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나머지 내용은 그림과 함께 블로그에 써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확실히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림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효과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상상을 해볼 수도 있고 경험에 비춰볼 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또한 꽤나 힘든 일이었다는 것이다.
오전에 그림 그리고 오후에 그림을 보고 오니 거의 진이 다 빠진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집중력을 끌어 모아 이렇게 정리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전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일대기를 따라
크게 파리, 뉴욕, 길 위에서, 뉴 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의 시기를 나눠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중간에 길 위에서가 있는 게 갑자기 의아하지만
에드워드 호퍼가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 같다.
그의 여정과 그를 통해 받은 영감을 전시에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우선, 인스타에서 썼듯이 초기 작품은 실험적이라거나
미완성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다.
그런 그림들만 전시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완성작이 얼마 없어서 깊이 들어가기가 조금은 어려웠다.
그래도 그의 선이나 터치들에서 많은 것을 공감하고 배울 수 있었다.
파리의 카페를 배경으로 그린 푸른 저녁이라는 작품이다.
실제로는 톤이 좀 더 어두웠던 것 같다.
가운데 여인의 어깨선부터 가슴 위쪽까지 떨어지는 빛 때문에
여인에게 시선이 먼저 집중되었다.
물론 내가 남자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빛의 효과를 잘 쓴 게 아닌가 싶었다.
이 그림에서 재밌던 것은 인물들의 시선이었다.
비록 인물들의 눈이 검게 칠해져서 그 눈빛을 읽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디에서 머무는지는 짐작할 수가 있다.
가운데 여인은 도도한 표정을 하고서
왼쪽의 기둥을 경계로 오른쪽에 위치한 모든 인물들을 내려다 보고 있으며
붉은 피부의 남자와 맨 오른쪽 정장을 입은 남자의 시선이 여인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여인과 눈을 맞추지는 못했다.
여인의 시선이 직접 향하는 곳에는 밝은 하얀 복장의 광대가 있으며
그의 시선은 인물들에 닿지 않고 있다.
그는 테이블 위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그의 자세가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는 그냥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입에는 담배를 물고 그냥 앉아 있다.
호퍼가 비평가들의 해석이 항상 맞지 않다고 얘기한 게 떠올라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찾은 것이 진실된 것은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피로해서 말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아무튼 인물들의 시선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각이나 관계를
상상해보는 것이 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본 그림은 이 밤의 그림자라는 그림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나
에칭을 활용해 표현된 날카로운 선들이 인상적이었다.
선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반면
하얗게 남은 부분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대비가 극명해서 마음에 들었다.
서스펜스적인 느낌도 있는데 히치콕 또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가 그린 삽화 또는 삽화적인 그림들이 나는 좋았다.
인스타그램에도 썼듯이
삽화 그림들을 살펴보고 연구해볼까 싶다.
뉴욕의 모습을 담은 작품 중에는 이 도시의 지붕들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날씨를 짐작하게 만드는 빛의 표현과 하늘의 표현이 탁월했다.
중간에 붉은 톤이 사용된 것이 시선을 확 끄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
구도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다.
구도를 잡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에 있던 철길 위의 석양이라는 작품이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빛 석양이 배경에 있다.
약간은 러프한 터치로 살린 패턴 또는 형태감이 인상적이다.
호퍼는 빨간색을 꽤 자주 썼던 것 같다.
특히 인물 얼굴에서 많이 보였고
인물이 푸른 옷을 입고 있다면 어두운 계열의 붉은 색으로 명암을 잡기도 하였다.
붉은 톤의 오브제의 명암 또한 어두운 계열의 붉은 색으로 잡아 연속성을 준 적도 있었다.
이 작품은 멍 때리기에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뉴 잉글랜드 시절에 그린 해안의 그림이다.
거친 질감 표현과 극명한 색조 대비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붉은 색을 확실히 잘 쓴 것 같다.
맨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흰색 보트들이 시선을 계속 잡아 끌었다.
그래서인지 맨 아래 그림이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또 오른쪽 상단 그림 같은 경우에는
노란색과 초록이 섞인 부분의 질감과 색감이 마음에 들었고
나중에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쉽지 않다.
케이프코드 시절의 오전 7시라는 작품이다.
형태들이 뭉개지는 것 없이 정말 다 표현되어 있다.
흰색이 주는 정갈한 느낌을 잘 사용한 것 같다.
건물 안에 사람이 없는 대신에
병이나 그림 같은 오브젝트들이 꽉꽉 들어 차 있다.
사람이 없어서 인지 그림에 약간의 쓸쓸한 느낌이 맴도는 것도 같다.
시계가 음영 때문인지 약간 떠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에드워드 호퍼가 음영을 사실적으로 잡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그에게 음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상이나 효과적인 면을 더 우선시 했던 것 같고
필요하다면 어두움에 차이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왼쪽에 숲이 우거진 모습 또한 표현이 잘 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또 그림을 보면서 하나씩 정리를 다시 해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정리까지 하고 나니까 정신이 아득해지네.
물론 못 다룬 내용도 있겠지만
인상적이었던 것들은 대부분 다룬 것 같다.
전시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최대한 많이 떠올려서 담아내고자 했다.
노트에 써가면서 까지 보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한 번 시도해 볼까? 음.. 잘 모르겠다.
만약에 내게 전시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하다라고 답할 것 같다.
2시간 정도 전시를 보았는데 본 것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다.
다음 주에는 또 어디를 가볼까.
또 잠깐 쉬고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
아래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위트니 뮤지엄의 사이트이다.
관심이 있다면 찾아가 보기를 바란다.
이만 마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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